25일 오후 산불이 경북 안동시 전역으로 확산한 가운데 도심 인근 야산이 불타고 있다. 윤성호 기자
25일 오후 산불이 경북 안동시 전역으로 확산한 가운데 도심 인근 야산이 불타고 있다. 윤성호 기자


■ 경북 이어 강원까지 위협

경북내륙 ‘전쟁터’ 만든 불길
울진 온정면 경계까지 북동진
헬기 87대 물폭탄도 소용없어

오늘·내일 강풍 예고 최대고비


의성=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구혁 기자

국가비상동원령이 내려진 산불 진화작전에도 불구하고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26일로 5일째 접어들며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몸집을 갈수록 키우고 있는 화마(火魔)는 북동진하며 안동·청송·영양·봉화·영덕 등 5개 시·군을 잇달아 강타해 인명 피해 등 처참한 피해를 남기고, 남서풍을 타고 동해안 포항과 울진에 이어 강원지역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산림 당국은 산과 산 정상을 중심으로 몇 ㎞씩 날뛰는 불덩어리와 험준한 산악 지형으로 진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산불로 인해 경북 울진군 지역 전체에서 SK텔레콤 이동통신 서비스가 전날 밤부터 중단됨에 따라 재난 로밍 조치를 했다고 이날 밝혔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SKT는 산불에서 비껴간 인근 회선을 활용해 이날 새벽 12시 28분쯤 중단된 이동통신 서비스를 자체 복구했다.

◇누그러지지 않는 강풍에 진화 난항 = 산림 당국은 이날 일출 시각을 전후해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의 각 산불 현장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진화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들 시·군에 걸쳐 있는 화선과 주풍 방향을 고려해 주요 시설과 인구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진화 장비와 인력 배치에 나섰다. 당국은 산불 진화헬기 총 87대를 순차적으로 투입하고 진화인력 4900여 명, 산불진화차, 소방차, 진화 장비 558대를 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이러한 배치는 산불이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산불영향구역은 전날 오후 6시 기준 1만5158㏊로 집계한 이후로는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물 폭탄도 소용없어 = 산불 불기둥으로 상승한 불똥이 초속 10∼20m의 강풍을 타고 1㎞ 이상 날아가 다른 곳에서 새로운 불을 만들어내고 있다. 심한 먼지를 일으킬 정도로 부는 강풍에 지상 진화 요원들이 직접 불길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산림 당국은 산불 진화헬기를 집중 투입해 공중 진화에 의존하고 있지만, 낙엽이 60㎝ 정도 쌓이고 바싹 마른 상태에서 진화해도 재발화하며 비화(飛火)하는 화약고 역할을 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비화는 상승기류와 강풍이 겹치면 최대 2㎞까지 확산할 수 있다.

◇멈추지 않는 확산세 = 의성 산불은 전날 오전까지 번진 안동 길안면에서 70㎞ 이상 떨어진 울진 온정면 경계지역까지 확산했다. 산림 당국은 길안면에 방어선을 집중적으로 구축했지만 수 ㎞를 훌쩍 넘어 날아가는 불씨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밤사이 강한 돌풍이 쉴새 없이 불며 화력을 키우고 있다. 이날도 오전엔 초속 5m 정도의 바람이 불지만 오후엔 15m 이상 강풍으로 돌변할 것으로 예보됐다. 또 바람은 남서풍이 불어 동해안을 따라 북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영덕으로 확산한 산불이 울진 경계에서 약 10㎞까지 도달한 상황이어서, 오후엔 울진에 이어 강원 삼척지역으로 북상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상청도 이날 오후부터 다시 바람이 거세져 전국에 초속 20m 안팎의 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늦은 오후 제주, 밤 남해안에 비가 내리고 26일 전국으로 확대되지만 양이 적은 편이며 이후 식목일까지 비 소식이 없는 것으로 예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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