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동 全주민 긴급 대피령
겨우 몸만 빠져나온 4000여명
“날뛰던 불에 지금도 다리 떨려”
도로에 車·인파 몰려 교통체증
낙동강 건너편 숙소‘매진 사태’
안동=김린아 기자, 정선형 기자
태풍급 강풍을 타고 산불이 전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안동 지역은 26일 오전 ‘전쟁통’과 다름없었다. 전날 ‘전 주민 긴급 대피령’이 내려진 안동은 도심 주변까지 불이 번지면서 시내마저 매캐한 냄새와 연기로 가득 찼다. 겨우 몸만 빠져나온 이재민 4000여 명은 기약 없는 ‘피난 생활’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경북 안동시 운흥동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는 전날 일직면, 길안면 등에서 피난을 온 350여 명의 이재민들로 가득 찼다.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로, 이들의 얼굴에는 아직도 검은 재와 나무껍질이 묻어 있었다. 일직면 구천리에서 왔다는 권순자(81) 씨는 “어제 오후 4시쯤 마을 회관에 불이 붙은 걸 보고 집에서 뛰쳐나왔다”며 “껑충껑충 뛰듯이 번지던 불을 떠올리니 지금도 다리가 벌벌 떨린다”고 호소했다. 일직면 송리리에서 왔다는 전남분(84) 씨는 “집 바로 옆까지 불이 내려왔다”며 “내 집이 탔는지 안 탔는지 여태 모른다”며 걱정했다.
산불이 도심 주변까지 번져오면서 도심에서는 ‘탈출 러시’도 일어났다. 이날 찾은 강남동 등 도심은 연기로 뒤덮여 있었고, 마스크를 끼지 않은 시민을 찾기 어려웠다. 전날 안동시는 오후 5시를 기해 지역 내 모든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정하동에 사는 안모(52) 씨는 “안동 토박이지만 이렇게 도심까지 재와 연기가 휘몰아쳐 온 건 처음”이라며 “어제 고속도로 통제와 도심을 탈출하려는 인파가 겹쳐 교통 체증이 일어나 도로가 주차장이 된 정도였다”고 말했다.
산불이 번지지 않은 낙동강 건너편 도심에 피난민이 몰리면서 숙소 매진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서구동의 한 호텔 관계자는 “전날 중구동·서구동 숙소는 전부 매진됐다”며 “안동 산불 뉴스를 보고 갑자기 출장·여행을 취소한 손님이 20팀에 달했는데, 곧바로 안동 시민들이 몰려와 만실이 됐다”고 말했다. 중구동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A 씨는 “대피문자를 받고 나도 떠나려고 했는데, 타 지역 주민들이 와서 하루만 투숙하게 해달라고 사정해 떠나지 못하고 있다”며 “만실인데 투숙객 90%가 대피자”라고 말했다.
학교에도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이날 안동시를 포함해 경북 지역 104개 유·초·중·고·특수학교가 휴업하기로 했다. 전날 송천동 국립경국대 안동캠퍼스(옛 안동대)에서는 1000여 명의 학생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경북북부제2교도소(옛 청송교도소) 수용자 500명을 대구지방교정청 산하 교정기관으로 이송했다. 이 교도소는 국내 유일의 중(重)경비 교도소로 조직폭력배 김태촌과 조양은, 탈옥수 신창원, 초등학생 성폭행범 조두순 등이 수감된 바 있다. 탈주 등의 돌발상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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