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형준의 Deep Read - 이재명 선거법 선고와 정국
윤석열 파면·조기 대선 땐 이재명 대세론… 대법원 선거법 파기환송 여부가 정국 변수
대통령 탄핵선고 앞둔 정치내전 격화… 윤·이, 적극 지지층 힘입어 ‘상왕정치’ 가능성

◇반응성과 책임성
헌법재판소는 24일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기각했다. 민주당의 일방적 강행 처리로 탄핵소추 된 지 87일 만이다. 한덕수 탄핵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은 단순히 총리를 복귀시키는 것을 넘어서는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갖는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탄핵 폭정’에 대한 심판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 29명의 탄핵안을 발의했고 지금까지 9명이 연속 기각 결정을 받았다. 이번 헌재 판결은 입법권을 무기로 국정을 흔드는 민주당의 정략적 탄핵에 준엄한 심판이 내려진 것이며 민주당이 ‘국헌문란’ 세력임을 드러낸 판결이다.
정치에서 반응성(responsiveness)과 책임성(accountability)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반응성을 결여한 정당은 극단적인 입장만 내세우고 사회적 분열에 매몰돼 민주적 절차를 해치게 된다. 정당은 자신의 행동과 결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지지 않으면 권력을 남용하게 되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초래한다. 민주당은 ‘9전 9패’라는 탄핵 성적표를 받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반성은커녕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26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 결과는 이 대표의 입지와 향후 정국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 최종 심판이 남아 있지만 일단 이 대표는 대선 가도의 최대 고비를 넘었다.
◇시나리오 1
지금은 윤석열 탄핵시계와 이재명 사법시계가 맞물려 있는 형국이다. 향후 정국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와 이 대표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의한 대선 출마 가능성 여부에 따라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통상 시나리오는 핵심내용, 특징, 변수 등 조합으로 구성된다. 향후 정국을 설명하는 데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동원될 수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윤석열 파면·이재명 출마’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이 대표가 항소심 무죄에 힘입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당내 ‘이재명 대세론’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 대표와 친명 그룹은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비명횡사’ 공천으로 친명 단일대오를 구축했고 이것이 현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항소심 법원의 무죄 면죄부로 이 대표는 대체 불가능한 야권 주자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은 1차 컷오프에선 당심 70%·민심 30%를 반영해 본선에 오를 4인을 선정한다. 본선에서는 결선투표 없이 당심 50%·민심 50%를 반영해 최종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최종 후보 선택 기준은 대선 양자대결 구도에서 누가 이재명을 상대로 가장 큰 경쟁력을 갖추었느냐, 그리고 누가 가장 큰 중도 확장력을 갖고 있느냐일 것이다. 대선 경선이 사실상의 추대형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큰 민주당과는 달리 여당 경선은 흥행을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탄핵당한 정당의 대선 후보라는 타이틀로 대권 도전의 장애를 극복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시나리오 2
두 번째 시나리오는 ‘윤석열 파면·이재명 불출마’다. 대법원 선고가 가장 큰 변수다. 윤 대통령이 파면돼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는 가정 아래, 대선 전 대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혹은 ‘파기자판’을 할 경우다. 이때엔 민주당 내 비명 그룹을 중심으로 이 대표에 대한 ‘흠결 있는 후보’ ‘불안한 후보’ 등 공세가 거칠어질 것이며 ‘후보 교체론’ 즉 플랜B가 급부상할 수도 있다. 여권에서도 이 대표를 향해 “유죄가 나오든, 무죄가 나오든 이번 대선 출마를 안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원칙에 부합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안철수 의원).
이 대표가 어찌할 수 없이 대선 불출마를 결정하면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향한 지지층의 결집도 등으로 볼 때 윤·이는 각각 대리인을 통한 리턴매치를 치를 가능성 또한 제기된다. 이 경우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상왕정치’가 정국의 중대 변수가 될 것이다.
탄핵 정국에서 당심과 민심의 상당한 지지를 받은 윤 대통령은 자신을 지켜줄 ‘찐윤’ 인사가 여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막후에서 후보 단일화를 조정하려 할 수 있다. 야권 내 절대권력자인 이 대표는 친명 내부에서 인물을 선택하거나, 비명이라도 자신이 통제하기 쉬운 인물을 낙점하는 것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궁극적인 구상은 ‘민주당 후보 낙점-민주당 대선 승리-사면·복권-임기 단축 4년 중임 개헌-차기 대통령 등극’이다.
◇시나리오 3
세 번째 시나리오는 ‘윤석열 복귀·이재명 무죄’.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이 무죄로 선고되면서 헌재의 고민 또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 판결은 법리와 여론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탄핵심판이 정치재판의 성격을 갖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 대표의 항소심이 무죄로 드러나는 것과 때를 맞춰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복귀론이 확산 중이다. 판·검사 출신 법조계와 정치권 인사들은 “이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이 헌재 내 보수 재판관들의 단결심을 추동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정치적·심리적·정서적 내전 사태가 지속될 경우 헌재가 그 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자신의 퇴임(4월 18일) 이후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평결을 미룰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다시 ‘윤석열의 시간’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최후변론에서 “직무에 복귀하면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개헌과 정치개혁 추진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임기 단축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다. 윤 대통령 복귀와 이 대표 무죄로 ‘윤석열 대 이재명의 대결구도’가 살아난다는 것은 여야 간 사생결단식 대결과 정치적 내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 설명
‘파기자판’은 대법원이 항소심 법원에서 상식과 경험에 반한 오류를 범했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면서 지금까지 조사한 증거에 의해 직접판결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 형사소송법 396조 ①항.
이재명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재판은 두 개임. 2018년 사건은 대법원에서 ‘표현의 자유’라며 원심을 뒤집어 무죄 판단했고, 2022년 사건은 이번 항소심에서 ‘의견 표명’이란 이유로 무죄 선고됨.
■ 세줄 요약
시나리오 1 : 이재명 대표의 항소심 무죄에 따른 정국 변화 첫 번째 시나리오는 ‘윤석열 파면·이재명 출마’.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의 경우 이 대표는 대체 불가능한 야권 주자가 되고, 여권은 한계에 봉착.
시나리오 2 : 대통령이 파면되더라도 대법원이 이 대표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이나 ‘파기자판’을 할 경우 이 대표 대선 불출마가 현실화할 수도. ‘윤·이 동반 청산’ 시나리오가 이뤄지며 둘에 의한 ‘상왕정치’ 가능성도.
시나리오 3 : 이 대표 항소심 무죄 선고와 때를 맞춰 법조계·정치권에서는 대통령 복귀론이 확산 중. 이 경우 ‘윤석열 대 이재명의 재대결구도’가 이뤄지고 여야 간 사생결단식 충돌과 정치·심리적 내전은 계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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