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대 부총장 문현미 시인
서대문형무소 주제 시집 내


“억지로 쓸 수 없는, 저절로 붙들려 쓴 시편들입니다.”

문현미(왼쪽 사진) 시인은 26일 이렇게 말했다. 최근 펴낸 새 시집 ‘별이 빛나는 서대문형무소’(서정시학·오른쪽)에 대해서다. 이번 시집은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른 독립지사들을 호명하며 그들의 고통과 영광을 형상화한 작품 40편을 담고 있다. 한 장소에 대해 연작 시 형태로 시집을 묶는 것은 이례적이다. 역사의 아픔을 문학의 영토에서 시 언어의 미학으로 보듬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는 “공동체적 상흔을 상세하게 재현함으로써 그것을 치유해가는 제의(祭儀)를 동시에 치러내고 있다”고 했다.

문 시인은 시 작품의 성취로 한국시인협회상, 풀꽃문학상 등을 받은 시단의 중견이다. 백석대 부총장으로 백석문화예술관, 백석역사박물관 관장을 맡는 한편, 어문학부 교수로 후학을 키우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쯤 국문과 학생들과 서대문형무소에 답사를 갔는데, 참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그곳에 투옥됐던 분들과 영적인 접촉을 한 듯 가슴이 먹먹하고 아팠습니다. 역사를 잊고 살아온 후대라는 생각, 그분들의 목숨에 빚진 자라는 생각들, 너무 늦게 찾아온 후회, 나만 위해 살아온 이기적 자신에 대한 수치 등 여러 감정이 밀려온 순간이었지요.”

문 시인은 그런 감정이 수개월 지속하며 번개처럼 시가 써지는 경험을 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40편의 시를 만들었다. 그는 “저 하늘에서 제게 내미신 손 같은 작품들”이라고 했다. ‘당신이 소리쳐 부르짖었을 때/혼자가 아니었습니다/…/커다란 울음의 강줄기 하나로/대한이 살았습니다, 대한이 살았습니다!’…’(‘울음의 힘’ 중) ‘그 때 그 자리는 빼앗긴 땅/끝 모를 슬픔의 벽을 넘어//오직 한 뼘 희망으로/산과 들에 능금이 주렁주렁 열리는/파란 꿈의 계절을 꿈꾸었으니//누가 있어 막을 수 있나/누가 있어 멈추게 할 수 있나’(‘한 뼘의 희망으로’ 중)

문 시인은 광복 80주년이자 한·일 수교 60주년인 올해 이 시집이 나온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잊지 말고 가슴에 새기되, 급변하는 시대에 이웃 나라와 미래 지향적으로 선린 관계를 이뤄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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