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림청 백운광 조종사 인터뷰
“동료 떠나보내고 다시 헬기로
잠 줄여가며 6일연속 근무
작업후엔 속옷까지 땀으로
문화유산 지키기도 총력”
의성 =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
27일 오전 경북 의성군에 위치한 의성종합운동장. 산불 진화 헬기가 오가고 정비를 받는 이곳은 전날 헬기 추락 사고로 조종사 박모(73) 씨가 사망하면서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하지만 이날 오전 의성군 점곡면·안동하회마을 진화 작업에 투입된 백운광(51) 헬기 조종사는 동료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엿새째 비행을 감행하고 있었다. 백 조종사는 비행 경력 28년 차 베테랑 조종사로, 산림청의 KA-32 헬기를 몰며 점곡면·옥산면 등 의성 곳곳의 고립된 마을을 구하고 있다. 백 조종사는 “하루에 5시간씩 자가며 연일 비행하고 있다”면서 “규정상 연속 6일까지만 비행할 수 있는 탓에 내일은 그라운드에서 부조종사들에게 조언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 저수지에서 한 번에 3t씩, 하루에 100t가량의 물을 나르고 있다”며 “화마 근처에 가면 대류현상으로 헬기가 순간적으로 튕기는 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 작업이 끝나면 땀에 속옷까지 다 젖는다”고 덧붙였다.
백 조종사는 추락 헬기 수색 작업에 투입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의성군 옥산면의 한 마을을 진화하고 있었는데, 헬기가 추락했으니 즉시 수색에 나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다급한 마음에 시속 150㎞로 날아가 약 5분 만에 추락 지점 인근까지 갔으나, 연기가 자욱해 동체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정말 마음이 아팠지만, 다시 작업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아픈 마음을 빠르게 추슬러야 했다”고 말했다.
백 조종사는 유사 산불 투입 경험과 비교했을 때 이번 산불이 유독 심각하다고 했다. 백 조종사는 2020년 안동 산불, 2022년 울진 산불 등에 투입된 경험이 있다. 백 조종사는 “첫날 고운사 쪽으로 출동해 사찰 진화에 열을 올렸는데, 결국 (25일) 고운사가 전소돼 마음이 쓰라렸다”며 “당시 작업을 하면서도 불길이 너무 세 화마에 맥없이 밀리고 있다고 느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2020년 안동 산불 때는 병산서원 진화에 투입돼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지켰는데, 이번에 또 같은 곳에서 불이 나니 너무 걱정이 된다”며 “피로가 쌓인 상태지만 피해가 점점 커지니 마음을 놓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오후부터 비행을 중단했던 이곳은 이날부터 비행을 재개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점곡면·하회마을 진화를 위해 일출쯤 각각 1대씩 투입했지만, 연기가 너무 심해 1시간 반 만에 돌아와야만 했다”며 “이후 기상 상황이 나아져 두 대를 다시 띄웠다”고 말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를 떠나보낸 조종사와 정비사들은 눈물을 삼키며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 정비사는 “25일 의성으로 와서 바로 다음 날 아침에도 잘만 뜨던 헬기가 추락하니 너무 허망했다”며 애도했다. 특히 이날 오전 비가 예고됐었지만, 빗줄기 하나 내리지 않자 이들은 “비가 안 온다” “하늘이 오히려 맑아지는 것 같다”며 초조함을 드러냈다.
정비사들도 진화 작업을 돕고 있다. 헬기 한 대에는 1~2명의 정비사가 붙어 비행 전·후·중간점검을 책임지고 있다. 항공 정비 경력 30년의 조상태(52) 정비사는 “돌아온 헬기를 들여다보면 배기가스가 섞인 탄내가 진동한다”며 “그동안 많은 현장에 투입됐지만, 이번에 유독 냄새가 심한 걸 보며 이번 산불의 심각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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