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고운사 약사전에 봉안돼 있던 보물 석조여래좌상(왼쪽)이 안동시 임시보관처에서 본존과 광배로 분리된 채 이송을 준비 중이다. 국가유산청 제공
경북 의성군 고운사 약사전에 봉안돼 있던 보물 석조여래좌상(왼쪽)이 안동시 임시보관처에서 본존과 광배로 분리된 채 이송을 준비 중이다. 국가유산청 제공


방염 포장 후 경주로 이동
국가 유산 피해 18건 집계
300년된 고택도 잿더미로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안동=조언 기자

27일 경북 지역에 6일째 산불이 확산하면서 화마로부터 국가유산을 지키려는 사투도 계속되고 있다. 보물 등 주요 유물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옮기는 ‘이송 작전’이 벌어지는 한편, 방염포 설치와 물 뿌리기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 25일 전소된 경북 의성 ‘천년사찰’ 고운사의 유물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석조여래좌상(보물)이 이날 오전 경주로 이송됐다. 이 불상은 당초 인근에 위치한 조문국박물관으로 이송될 예정이었지만, 도로가 불길에 막히면서 안동 지역에 임시 보관돼 있었다. 신라 말기(9세기)에 제작된 높이 2m의 불상은 에어캡과 포목으로 여러 겹 감싸인 채 약 135㎞ 떨어진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로 옮겨졌다. 김동훈 학예연구관은 “고운사에서 단 하나 남은 보물”이라며 “안전히 이송시켜 꼭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봉정사는 이날 국보 극락전 등 모든 목조 건물에 방염포를 씌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봉정사 관계자는 “스님 3명과 직원 4명, 총 7명이 일단 대피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면서 “제발 잘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날 한때 2~3㎞ 앞까지 불길이 근접했던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소방차량과 소방대원들이 배치돼 지속적으로 물을 뿌리고 있다. 하회마을 주민 이상욱(74) 씨는 “어제는 화재가 가까이 다가온 게 실감이 날 정도로 온몸에 하얀 재가 내려앉고 숨쉬기가 힘들었다”며 “하지만 ‘나라도 하회마을 지켜야지. 내가 가면 누가 여기 지키겠어’라는 마음으로 잠시 대피했다 돌아왔다”고 말했다.

27일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대전사 삼층석탑과 보광전이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된 대형 방염포로 감싸여 있다. 연합뉴스
27일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대전사 삼층석탑과 보광전이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된 대형 방염포로 감싸여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11시 기준 산불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는 총 18건으로 집계됐다. 전날 오전 8건에 비해 피해가 두 배 넘게 늘었다. 불에 취약한 고택·수목 피해도 컸다. 국가민속문화유산이자 300년 가까이 된 청송 송소고택, 서벽고택 등은 일부 소실됐고, 사남고택은 전소됐다. 천연기념물인 안동 구리 측백나무숲과 영양 답곡리 만지송에서도 화재 피해가 발생했다. 만지송의 경우 한때 전소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으나 잎의 일부와 동아(겨울눈)만 경미한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영양공급 등의 긴급조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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