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후의 서재

“세상을 바꾸는 건 사람입니다.”

천마의 목을 베고 함께 죽은 줄 알았던 화산제일검 매화검존이 100년 후, 15세의 거지 소년으로 환생했다. 그 사이 화산은 몰락하고 허약한 후배들이 근근이 문파를 지키고 있다.

동명의 웹소설 원작을 각색한 네이버의 초대형 웹툰 ‘화산귀환’의 설정이다. 2021년부터 연재를 시작해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작품은 화산파의 무너진 질서를 다시 세우고 사람을 일으키는 이야기다. 이 중심에 죽었다가 살아난 주인공 매화검존, 청명이 있다. 단순히 싸움에 능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자, 이 시대가 열광하는 ‘유능함’의 결정체다.

무협은 과거 낡은 장르로 여겨졌지만, 한국에서는 신무협이라는 이름으로 생생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작가의 소설을 번역해오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고, 한국 작가들의 무협을 읽으며 자란 세대가 다시 작가가 되며 한국형 무협의 르네상스를 만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작품에 한국인이 끌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조직 재건 서사가 중심이기 때문인 것은 확실하다. 청명은 부활하자마자 후배들을 다시 가르친다. 무너진 문파를 복원하는 과정의 위계, 갈등, 변화가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이는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이야기로, 한국 독자들의 욕구를 정확히 충족시킨다.

나아가 현대적 감각의 진행이다. 과거 무협이 다소 답답할 정도로 부모님의 원수, 스승의 원수, 체면에 집착하는 면이 있다면, ‘화산귀환’의 주인공은 냉정하고 합리적이며 효율적으로 팀을 이끈다. 그러면서도 인간적 유머를 잃지 않아 독자는 ‘강한 캐릭터’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동시에 만난다.

화산귀환으로 알 수 있는 점은, 한국 독자들은 조직·위계·성장·인정 욕망이 섞인 복합적 이야기에 강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강호’라는 세계는 한국 사회의 현실(불공정·낡은 질서·리더십 붕괴)을 투영하기에 적합하다. 무협은 현실의 피로를 판타지로 해소하는 장르로 변모했다.

“강호엔 여전히 검을 쥔 자들이 필요해.” 무협은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엔 중국식 낭만 대신 한국식 솔루션을, 통쾌함을 곁들여 들고 왔다. 어쩌면 현대 한국에서 가장 현실적인 장르는, 다시 무협일지도 모른다.

전혜정 청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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