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립·은둔 일지’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는 A 씨. 청년재단 제공
나의 고립·은둔 일지’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는 A 씨. 청년재단 제공


박주희 재단 사무총장 "앞으로 행사 참여 대상 확대…청년 회복 지원"


청년재단은 지난 26일 서울청년기지개센터에서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청년들과 ‘잘 나가는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재단이 운영하는 고립·은둔 회복청년 모임 ‘잘 나가는 커뮤니티’ 참여자들과, 12개 권역센터의 청년지원 사업 실무자들이 소통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행사는 △강연 △토크콘서트 △질의·응답의 세 가지 세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고립·은둔을 겪은 청년 당사자 A 씨가 ‘나의 고립·은둔 일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A 씨는 지난 7년간 고립과 은둔을 반복하게 된 배경, 회복을 위해 시도했던 노력 등을 공유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높은 기대 속에서 성장했지만 내성적인 성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고 부모의 이혼과 경제적 어려움, 정서적으로 의지했던 반려견의 죽음 등이 겹쳐 고립과 은둔을 반복하게 됐다"며 "누군가가 보는 시선이 너무 무서워서 여름에도 긴 팔, 긴 바지에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외출해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청년지원 기관 실무자가 된 A 씨는 "청년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스스로가 소진되지 않도록 자신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잘 나가는 커뮤니티’ 회원 5명이 각자의 고립·은둔 경험을 공유하고, 청년지원 사업에 대한 견해와 우리 사회에 바라는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회원 B 씨는 "중학교 시절 따돌림과 학교폭력으로 인해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을 겪었으며, 우울할 때마다 잠으로 도피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공동생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줄었고, 카페에서 커피 내리는 일과 리셉션 업무를 경험하며 사회적 관계를 맺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회원 C 씨는 "요리사로 일하던 중 손목 부상을 당한 후 재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신감을 잃고 고립이 시작됐다"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부정적인 말이나 타인과 비교를 자주 하면서 더욱 상처를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청년들은 ‘지원기관 실무자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에 대한 질문에 △강압적이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 △다른 참여자에 대한 험담을 하지 않는 것 등을 제안했다. ‘재고립 경험’에 대한 질문에는 회원 D 씨가 "최초의 고립보다 재고립의 좌절이 더 컸다"고 답하기도 했다.

마지막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현장에서 청년들을 만나는 실무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실무자는 "청년들은 어디에서 정보를 얻는가?"라고 질문했고, 청년들은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홍보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고립감을 느끼는 청년에게 어떤 방식으로 연락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질문에, 청년들은 "각자 심리 상태가 다를 수 있으므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너의 자리는 항상 이곳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주희 청년재단 사무총장은 "고립·은둔 상태에서 벗어난 청년들이 여전히 사회적 편견과 경험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재단은 회복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이 자신감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기존에는 청년지원 기관 실무자를 대상으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청년 당사자·부모·가족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 행사를 통해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우리 사회 곳곳에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노기섭 기자
노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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