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농촌, 숙박시설 없어
어르신들,기약 없는 텐트생활
전기·수도 갖춘 곳 물색 시급
의성=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영남권을 뒤흔든 산불이 기록적인 피해를 양산한 가운데 산불 진화 이후 이재민들의 주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졸지에 화마로 생활터전을 잃은 주민들을 위한 임시 주거시설 마련조차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쏟아지고 있다.
28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경북 지역에서만 안동 750채, 청송 594채, 영덕 470채, 의성 303채, 영양 104채 등 총 2221채의 주택이 피해를 입었다. 산불 진화 후 본격적으로 조사하면 피해 주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산불 대피 주민들을 위해 숙소 구하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오전 9시 기준 대피 주민은 산불이 휩쓴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울진 등 6개 시·군 합계 6322명에 이른다. 특히 안동을 제외한 나머지는 농촌지역으로 변변한 숙박시설이 없어서 사실상 기약 없이 텐트 생활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주거시설 마련도 버거울 정도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등을 갖추고 조립식으로 집단 임시 주거시설을 지어야 하는데, 피해가 워낙 커서 급선무인 부지를 물색하는데도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의성군 의성종합체육관에서 만난 배모(여·73) 씨는 텐트 속에 누워 있는 101세 시어머니에게 미음을 먹이고 있었다. 배 씨는 “시어머니의 기력이 갈수록 떨어져서 걱정”이라며 “공기도 탁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배 씨는 이곳에서 3일째 지내고 있다.
또 4일째 텐트 생활을 하는 김모(여·77) 씨는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 혈압도 오르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순식간에 덮친 산불로 집과 가게를 모두 잃었다. 배 씨는 “텐트 생활에 숨이 턱턱 막혀 자식들한테 가고 싶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가게를 잃어 앞으로 뭘로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뿐”이라고 울먹였다. 의성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는 주민 6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안동시 길안면 길안중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는 주민 150여 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안모(65) 씨는 “속옷도 한 장 못 챙겨서 나왔는데 다시 집에 가보니 다 불타고 아무것도 없었다”며 “상황이 길어지는데 막막하다”고 했다. 이곳에서 생활 중인 주민들은 대부분 집이 전소돼 갈 곳이 없거나 추가 피해가 우려돼 대피한 주민들이다. 큰 화마를 피했어도 마을에 통신과 전기 수도가 모두 끊겨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실정이다.
한편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날 “이재민들을 신속히 정부·기업 연수시설 및 호텔·리조트 등 선진주거시설로 옮기고 임시거주용 조립주택도 하루빨리 제공하는 한편, 피해 지역에 신규 마을 조성 등 새로운 삶의 터전도 마련해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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