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경북 안동시 임동면 고택 체험지로 유명한 지례예술촌이 불에 탄 가운데 유일하게 사당, 관리사만 남아 있다. 박윤슬 기자
28일 오전 경북 안동시 임동면 고택 체험지로 유명한 지례예술촌이 불에 탄 가운데 유일하게 사당, 관리사만 남아 있다. 박윤슬 기자


■ 화마에 빼앗긴 삶의 터전

마늘 모종, 화기에 바싹 마르고
꽃눈 피던 청송 사과나무 치명타
“과수 정상 수확 10년 기다려야”

하동 딸기단지는 가까스로 지켜




하동=박영수·의성=박천학 기자

역대 최악의 산불로 치닫고 있는 경북 산불로 의성 마늘, 안동·청송 사과, 영덕 송이버섯 등 주요 농작물이 피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불길이 지나가면서 마늘 모종은 타 버렸고 꽃눈이 올라오던 사과나무도 화기를 맞아 고사가 우려된다.

28일 의성군 등에 따르면 의성은 우리나라 중북부 지방에서 재배되는 ‘한지 마늘’의 최대 생산지인데 마늘통이 굵어지는 시기(3∼5월)에 산불이 안평면과 점곡면 일대 마늘밭을 휩쓸고 지나가 모종이 말라버려 올해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의성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마늘 재배밭 피해가 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산불피해 주민 지원 때문에 현장 파악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송에서는 과수원 피해가 컸다. 청송군 파천면 병부리 김모 씨는 “사과나무는 연기를 한 번이라도 머금으면 꽃을 잘 피우지 못한다”며 “대부분의 과수원 나무를 베어내야 할 것인데 수천만 원을 들여 다시 나무를 심어도 정상 수확하려면 10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의성군 점곡면에 사는 이모 씨도 “산불이 닥치자 1만6500㎡가 넘는 사과 과수원에 스프링클러를 작동하며 막아보려 했으나 산불이 모두 휩쓸고 지나갔다”며 “앞으로 생계를 어떻게 이어갈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송이버섯 산지인 영덕군은 군내 60% 이상 송이를 생산하는 지품면 국사봉 일대가 불길에 휩싸여 직격탄을 맞았다. 영덕은 지난해 1만2178㎏의 송이를 생산한 전국 1위 지역이다.

곶감 주산지인 경남 산청군 시천면 역시 야산에 심어진 감나무밭으로 불길이 지나가 피해를 봤다. 감나무는 타지 않았으나 불길이 바닥으로 지나가면서 대부분 밑동이 그을려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 안광환 경남농업기술원 단감연구소장은 “감나무를 비롯해 과수나무는 불길만 스쳐도 1년 내 고사한다”고 말했다.

반면 하동군은 산림 당국과 합심해 1000억 원대 딸기 생산단지를 지켜냈다. 하동군은 인근 산청 산불이 옥종면으로 넘어와 딸기 집단재배지를 수십 미터 앞에서 위협했다. 하지만 군청 공무원과 소방차 등을 집중 배치해 방어했다. 지난해 산과 맞닿은 옥종면 들판에선 659농가가 딸기 하우스 3578동(359ha)에서 9339t(생산액 1000억 원)을 생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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