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다음 달 (미국 자동차 관세가) 25%로 확정돼 현장은 불안하고 철수설이니 위태롭다느니 이런 것만 보이는데, 오늘(27일) 파업이 잘하고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듭니다.”(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 게시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오는 4월 3일 외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관세전쟁 폭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데도 정작 회사를 살리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하는 노조가 ‘정치파업’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로 ‘철수설’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한국GM의 노조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산 자동차 25% ‘관세폭탄’ 예고가 떨어진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했다.

자동차 관세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점쳐지는 한국GM이 현재까지 아무런 대응책도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노조가 정치파업을 강행하자 내부에서도 수위 높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GM 노조 게시판에는 “누굴 위한 정치파업인가” “정치파업을 하는 것 자체가 정신 못 차리는 행위” “파업이 아니라 폐업으로 가는 길”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미국 관세 부과 시 국내 자동차 수출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한국GM은 생산물량을 GM의 미국 내 공장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 달 2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국의 노동규제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한국의 기업인 처벌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전달한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2025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종합평가에서 17위로 ‘거의 자유’ 등급을 받았지만, 노동시장(100위) 항목에서는 ‘부자유’ 등급에 그쳤다.

글로벌 최하위 수준인 노사 관계의 구태를 서둘러 벗어 던지지 않는다면 관세전쟁 속에서 일터를 지키는 것은 버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근홍 산업부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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