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대생 ‘단일대오 이탈’ 가속화
연·고대 이어 서울대 복귀결정에
의대협 내부선 “복학하자” 다수
오늘 마감 가톨릭대도 선회 조짐
고려대는 제적통보서 발송 보류

의대생 동맹휴학을 1년 넘게 주도했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대규모 제적 위기를 앞두고도 의대생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 채 강경일변도 투쟁만 고집하면서 각 의대에선 내부 반발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협 내에선 38개 의대가 겉으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미 서울대와 연세대 등 주요 의대가 의대협 집행부에 반기를 들면서 단일대오 이탈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28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각 의대 등록 마감 시한이 도래하면서 의대협 소속 40개 대학 중 절반가량은 ‘일단 복학 등록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 서울 소재 대학은 전원 복귀를 방침으로 정하고 이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유급·제적이 현실화하면 후배 학번인 24·25학번의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미등록 휴학 투쟁’을 주장하는 의대협 집행부가 해당 대학 의대생들을 강도 높게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교육계 관계자는 “등록하려는 학교에 ‘배신자’ 프레임을 씌워버리니, 섣불리 이탈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원 복귀한 서울대와 90% 이상 복학 의사를 밝힌 연세대가 의대협 기조에서 이탈하면서 단일대오도 붕괴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대협은 전날 서울대와 연세대를 제외한 38개 의대 대표 명의 입장문을 내고 “38개 단위는 여전히 미등록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서울대·연세대 의대가 자발적으로 이탈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기류 변화는 뚜렷하다. 고려대 의대는 당초 이날 오후 5시 예정됐던 제적통보서 발송을 보류했다. 고려대 의대는 전체 의대생 737명 중에서 86%(637명)가량이 복학 의사를 밝힌 만큼 대학당국이 이날까지 면담을 마무리한 후 제적대상자를 다시 분류하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제적 통보 대상은 복학 의사를 일절 밝히지 않은 학생들로 제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대 의대는 전날 하루에만 의대생 250명 이상을 면담했는데, 이들 상당수는 복학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5시 등록을 마감하는 가톨릭대 의대에서도 학생들이 동요하면서 복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차라리 학생회가 빨리 등록하라고 지침을 정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남권 소재 의대에 재학 중인 A 씨는 “이제는 무엇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고 투쟁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대협이 진정한 ‘학생 권리’를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소재 의대 관계자는 “의대협 집행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욕심을 대의로 포장해 일반 의대생들에게 ‘미등록 휴학’을 압박하고 있다”며 “의대협은 의사 면허가 없는 의대생의 미래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현아·권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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