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 동부 핵심 거점들을 점령한 투치족 반군 M23 소속 병사들이 지난 2월 6일 북키부주 주도 고마 시내에서 간부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보초를 서고 있는 모습. 이 지역의 콜탄 등 전략 광물을 밀수출해온 M23 소속 병사들이 최고급 무기와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핵심 거점들을 점령한 투치족 반군 M23 소속 병사들이 지난 2월 6일 북키부주 주도 고마 시내에서 간부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보초를 서고 있는 모습. 이 지역의 콜탄 등 전략 광물을 밀수출해온 M23 소속 병사들이 최고급 무기와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Global Window - 민주콩고·수단·남수단… 끝나지 않는 내전

민주콩고
르완다서 지원 의심받는 M23
투치족 보호명분 콜탄 등 밀수
정부군은 美에 군사지원 요청

수단
아프리카의 3번째 金 생산국
군부와 RSF사령관 권력 투쟁
반군 금광 점령해 내전 장기화

남수단
2차례 내전 끝에 수단서 독립
주요 송유관 파괴되며 경제난
대통령·부통령 갈등 내전위기



전 세계 자원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과 비례해 광물, 금, 석유 등을 둘러싼 각국 내전도 악화하고 있다. 콜탄, 코발트, 구리, 리튬 등 전략 광물이 풍부해 무장단체들의 준동이 이어지던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동부에서는 최근 반군 M23이 주요 거점을 연달아 점령한 후 수도 킨샤사를 향해 서진(西進)하고 있다. 아프리카 북부 수단에서는 최근 시세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금 채굴지역을 쟁탈하기 위한 내전이 한창이다. 14년 전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남수단에서도 석유 자원으로 인한 대통령과 부통령 간의 세력 다툼이 격화하며 내전 발생 직전으로 치달은 상황이다.

◇‘돈 되는’ 광물 두고 벌어진 민주콩고 내전…정부군은 ‘광물협정’ 내세워 美에 SOS =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민주콩고 동부 핵심 도시인 북키부주 주도 고마와 동부 제2 도시인 남키부주 주도 부카부를 점령한 M23은 이날도 브라자빌이 위치한 서부로 진격을 이어갔다. 민주콩고와 국경을 맞댄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의심받는 M23은 투치족 계열 반군으로, 지난 2021년부터 민주콩고 정부가 투치족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민주콩고 동부 거점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다. 그러나 M23과 르완다가 민주콩고 동부를 노리는 실제 이유는 투치족 보호가 아니라 이곳에 매장된 콜탄, 코발트, 구리, 리튬 등 이른바 ‘돈 되는’ 전략 광물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유엔 등 국제기구는 스마트폰 등 각종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콜탄 매장지대가 M23에 점령된 이후 다량의 콜탄이 르완다로 밀수됐고, 밀수된 콜탄이 ‘르완다산’으로 둔갑해 전 세계로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점령지역에 매장된 광물을 밀수해 부를 축적한 M23이 이스라엘군 수준의 무기와 장비로 무장하면서 정부군을 손쉽게 제압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위기에 몰린 민주콩고는 이러한 광물자원을 내걸고 미국에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 기업에 광산 개발을 위한 채굴권을 부여하는 조건으로 미군의 장비와 훈련을 제공받겠다는 것이다. 실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의 대가로 광물 협정을 추진하는 등 광물자원에 관심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민주콩고의 제안이 매력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또 현재 민주콩고 내 광산 대부분을 중국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민주콩고와 광물 협정을 맺는다면 중국과의 공급망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제안을 받은 미 국무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부합하는 분야에서의 협력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화답한 상태다.

수단 군부 최고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지난달 26일 탈환한 대통령 궁에 들어서는 모습(왼쪽 사진). 오른쪽은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신속지원군(RSF) 사령관이 지난 2023년 2월 RSF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수단 군부 최고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지난달 26일 탈환한 대통령 궁에 들어서는 모습(왼쪽 사진). 오른쪽은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신속지원군(RSF) 사령관이 지난 2023년 2월 RSF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수단에서는 ‘시세 고공행진’ 금 쟁탈전…금광지대 점령하고 버티는 반군 = 아프리카에서 3번째로 많은 금이 생산되는 수단에서 진행 중인 내전은 지난 2023년 4월 서부 다르푸르 일대를 기반으로 삼고 있는 신속지원군(RSF)이 수도 하르툼에 위치한 대통령궁과 국제공항을 점령하면서 시작됐다. 군부 최고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RSF 사령관의 권력 투쟁이 내전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후 지난달 28일 수단 정부군이 하르툼을 완전탈환하면서 RSF에 치명타를 입혔으나, RSF는 수도에서 철수한 후 성명을 통해 “병력을 재배치했을 뿐이며 후퇴도 항복도 없을 것”이라면서 “모든 전선에서 적에게 압도적인 패배를 안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RSF가 수도를 빼앗겼음에도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수단의 금광이 RSF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서부 다르푸르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RSF는 이곳에 매장된 금을 채굴한 후 밀매해 막대한 군사 자금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제사회는 중동의 석유 부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RSF로부터 막대한 양의 금을 구매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RSF에 자금과 무기를 대준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매년 막대한 양의 미국산 무기를 수입하는 UAE가 수입한 무기를 그대로 RSF에 전달한다며 수단 내전을 끝내기 위해 미국이 UAE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UAE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금광과 권력을 쟁탈하기 위한 두 군벌의 내전이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수단 전역에서 2만8000명 이상이 숨졌고 전쟁을 피해 집을 떠난 피란민도 1500만 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약 350만 명이 차드, 이집트, 남수단 등 주변 국가로 도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립하고 평화로울 줄 알았는데…남수단은 석유 때문에 내전 위기 = 2차례의 대규모 내전 끝에 2011년 수단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남수단은 대통령과 부통령 간의 갈등으로 또 다른 내전 위기에 빠진 상태다. 남수단의 내전 위기 역시 이곳에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석유와 깊은 연관이 있다. 내륙국인 남수단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석유 수출을 위해 북쪽에 위치한 수단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송유관에 의지하는데, 수단에서 내전이 발발하면서 해당 송유관 중 하나가 파괴돼 석유 수출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남수단 국내총생산(GDP)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 수출이 막히면서 경제난은 물론 내전에 준하는 정치 불안정까지 초래됐다.

특히 남수단 내전 위기는 최근 살바 키르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반군 지도자 출신의 리크 마차르 부통령을 자택에 구금하면서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각각 정부군, 반군 수장으로 과거 내전을 치렀던 키르 대통령과 마차르 부통령이 대통령직과 부통령직을 나눠 갖기로 한 조건으로 2018년 체결했던 평화협정이 사실상 깨진 것이다. 남수단 정부는 가택연금을 이유로 마차르 부통령이 정부군과 충돌한 민병대를 지원한 혐의를 들었지만, 야권은 주 수입원이 사라져 정치적 위기에 빠진 키르 대통령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적들을 제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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