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맘때 성큼 다가온 춘색에 취해 눈을 감으면 들려올 법한 옛 노래가 있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사뿐사뿐 리듬을 타는 곡조와 가수의 음색도 감미롭지만, 가사도 곡과 잘 조화되니 애창하지 않을 수 없다. 가곡 ‘봄이 오면’과 함께 시어와 운율이 참 예쁜데, 무려 100년이나 된 시(김동환)라니 뜻밖이다.
봄의 아늑한 공기에 취한 춘심을 잘 노래한 그림을 찾아 전시 마당에 나섰다. 초면인 박주선과의 만남은 이심전심으로 이루어졌다. 유년 시절 고향에서 느낀 봄 햇살의 포근한 정취와 아련한 향수를 화폭 위에 꿈꾸듯 담아낸다. 담담하니 물끄러미 바라보는 눈길에는 벅찬 자연의 감동과 서사가 담겨 있음이 느껴진다.
물론 작가의 그림이 감각의 서사에만 머물지는 않는 것 같다. 공간 자체가 비어 있으면서도 무언가로 가득한 사색의 세계이다. 의자 형상 역시 존재와 부재의 순환이 암시되는 기호로 다가온다. 화조도의 단골 메뉴인 ‘꽃과 새’ 역시 관념과 현실을 넘나든다. 이미 여백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한 터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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