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원로·전문가 제언
“정파 떠나 국가 득실 따질 시간
정치인은 분열 끝낼 책임있어”
“조기 대선 땐 先 개헌 後 선거”
“5년 단임제 아닌 내각제 필요”
2017년 ‘박근혜 탄핵 정국’ 때 탄핵 찬성이 상당히 높았던 것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두고 여론이 극심하게 엇갈리면서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치권 원로와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야 지도부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와도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야의 극심한 대립이 탄핵 사태를 초래한 만큼 정치권이 ‘결자해지’를 통해 분열과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정치학회장을 지낸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일 통화에서 “각 진영이 유·불리와 관계없이 헌재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선언해야 한다”며 “정치권이 불복을 시사해 국민 분열을 부추기면 물리적 충돌을 막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차기 유력주자인 이재명 대표가 기각·각하 결정 시 ‘유혈 사태’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는 것은 내란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기대하는 결과가 나와야 승복하겠다는 것은 진정한 승복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파를 떠나 국가적 득실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정치인은 국민 여론이 갈려도 분열을 끝낼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나라가 어떻게 되든 마음에 안 들면 불복하겠다는 태도를 지닌 지도자는 ‘정치인’이 아니라 ‘혁명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지지자들에게도 승복을 요구해 폭력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치권이 국론 분열을 초래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헌재 선고를 통합과 화합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는 “여야가 지난 20년간 ‘국리민복’이라는 정치의 궁극적 목적을 외면한 채 오직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로마 검투사들처럼 피를 흘리며 싸웠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도 잘못했으나 야당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송 교수는 “과거 민주화 운동은 상대를 척결의 대상으로 규정했다면, 민주주의는 화합을 도모하는 정치 양태”라며 “입법 권력을 쥔 거대 야당이 민주화 운동을 하던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이해하면서 이번 사태의 발단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재 결정이 나오는 4월 4일은 ‘정치 리셋’과 ‘국민 통합’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헌재 선고 이후 개헌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정대철 대한민국 헌정회장은 “12·3 비상계엄의 교훈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시효가 끝났다는 것”이라며 “개헌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정치 개혁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조기 대통령선거가 열린다면 ‘선(先) 개헌, 후(後) 대선’을 하거나 대선과 개헌안 국민 투표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전 교수는 “한국의 무책임한 정치는 5년 단임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며 “윤 대통령은 탄핵안이 설사 기각·각하되더라도 임기 단축 개헌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윤석·민정혜·이정우·서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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