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남 기자
문호남 기자


■ 170만부 위업‘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과정 담은 에세이 출간

“올림픽이라고 치면 순위에도 들지 못했을 소설가였어요. 기운 좀 충전했다고 메달을 기대할 수는 없죠. 그저 한 번만 더 쓰자는 마음뿐이었습니다.”

2020년대 출간된 소설 중 단 세 권만이 100만 부 판매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이자 1, 2권을 더해 170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불편한 편의점’의 저자 김호연(사진) 소설가는 최근 문화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펴낸 ‘나의 돈키호테’(이상 나무옆의자)도 1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답변이라고 하기엔 너무 겸손하다.

김 작가가 스스로 몸을 낮춘 이유는 그가 새로 펴낸 에세이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푸른숲)에 모두 담겼다. 책이 시작되는 시점은 2019년 4월. 작가가 네 번째 장편소설을 펴낸 직후다.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아 일주일 만에 신간 매대에서 내려오는 책을 보며 절망감을 느꼈다. 나만의 글을 쓰기 위해 의뢰받은 대본을 수없이 썼던 지난날이 절로 떠올랐다. “그때는 정말 더 이상 소설가로 살지 말라는 하늘의 뜻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내 이야기를 독자들이 읽고 공감해주실 때 살아있음이 느껴져요. 쓰지 않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죠.”

그러던 중 김 작가는 원주 토지문학관의 ‘작가 레지던스 교환 프로그램’ 공모에 선발돼 3개월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작가가 제출한 공모 내용은 스페인 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로 꼽히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다시 쓰겠다는 것. 걱정과 기대를 안고 도착한 스페인에서 작가는 가장 먼저 광장에 서 있는 돈키호테 동상을 찾아가지만 공사 중이라며 천으로 뒤덮인 모습만 바라봐야 했다.

“작품은 손도 못 댔어요. 약간의 구상 정도만 하며 3개월이 모두 흘렀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을 분명히 얻었습니다.” 김 작가가 스페인에서 찾은 것은 “좌충우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정신”이다. 그는 소설가의 마음도 그와 닮았다고 덧붙였다.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죽기까지 가난한 삶을 살면서도 무한히 도전하는 돈키호테라는 인물을 창조했다는 사실부터 ‘돈키호테는 곧 스페인의 정신’이라는 거리에서 만난 노인들의 고백까지. 작가는 스페인에서의 경험을 특유의 재치있는 문체로 풀어낸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집필한 소설이 바로 ‘불편한 편의점’이다. 어떤 출판사도 그에게 원고를 먼저 청탁하지 않았지만 ‘돈키호테’처럼 돌진했고 끝내 성공을 거뒀다. 그는 이번 책을 위한 특별한 사인을 준비했다며 적었다. “‘계속 걸어요, 계속’ 환대의 기억과 스페인에서 얻은 귀한 깨달음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자연스레 관심은 차기작으로 쏠렸다. 책에서도 고백했듯 10대부터 60대까지 아우르며 사랑받은 전작으로 인해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올해 안에 시작하고 싶은 다짐은 있는데 기발한 소재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스페인으로 돌아가 다시 무한히 걸어야 할 것 같아요. 글감 찾아 여행을 떠나봐야죠.”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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