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46) 제53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등 법조계 현안들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김 협회장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첫 대한변협 회장이다.  백동현 기자
김정욱(46) 제53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등 법조계 현안들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김 협회장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첫 대한변협 회장이다. 백동현 기자


■ 현안 인터뷰 -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

정치인들 타협없이 갈등 키워
국민도 중재하는 사람 주목을

미비 법률 보완하는 개헌 필요
자의적 해석 줄이는 방향 돼야

갈수록 심각해지는 재판 지연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관 증원

법관당 사건 수‘영미권의 5배’
판사 5000명까지 빨리 늘려야


“헌법재판관들은 심리와 평결, 평의, 선고에 있어 엄청난 고심과 숙고를 거칩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내려 국민의 갈등과 반목을 끝내고 통합의 시대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 사회는 이를 존중해야 하고, 정치권도 헌재의 결정에 승복해야 마땅합니다.”

김정욱(46·변호사시험 2회)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사법부는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다. 법치주의는 국가를 지탱하는 약속인데 그것을 다투는 순간 질서가 무너지고 기준이 없어진다”며 “당을 떠나 모든 정치인이 (결과에 대한) 승복 얘기를 먼저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정치의 사법화’에 대해서는 “정치라는 게 대화, 타협, 조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인데 지금은 갈등을 더 증폭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며 “정치인은 사회 갈등을 봉합하는 길로 가야 하는데 우리는 누가 더 잘 싸우냐로 간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불거진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법률이 만들어질 당시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자꾸 발생한다”며 “계속 모호하게 두고 그때그때 사법부에 판단해 달라 할 게 아니라 법률 미비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협회장은 법조계 최대 현안인 ‘재판 지연’ 문제의 해결책으로 법관 수의 대폭 증원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판사 정원이 3500명 정도인데 5000명까지는 무조건 빨리 늘려야 한다. 최소 2배 늘어야 한다”며 “2배 늘어도 법관당 사건 수는 해외와 비교하면 많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취임한 김 협회장은 3년 임기 동안 꼭 해결할 정책으로 ‘디스커버리 제도’(재판 개시 전 당사자 서로가 가진 증거·서류를 상호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정리하는 제도) 도입 등 변호사 관련 법안 통과와 사법 시스템 정비를 위한 제2의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설립을 꼽았다. 김 협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집무실에서 이뤄졌으며 1일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기일 발표 직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내용을 보완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오는 4일로 잡혔다. 어떻게 생각하나.

“대한변협은 3월 28일 성명서를 통해 헌재에 조속한 선고를 촉구했다. 성명 배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일정이 확정돼 다행이라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혼란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인데 빨리 정리가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는 자세다. 헌법재판관은 심리와 평의, 평결, 선고에 있어 엄청난 고심과 숙고를 거친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내려 국민의 갈등과 반목을 끝내고 통합의 시대로 나아갔으면 한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 사회는 이를 존중해야 하고 정치권도 헌재의 결정에 승복해야 마땅하다. 사법부는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다. 법치주의는 국가를 지탱하는 약속인데 그것을 다투는 순간 질서가 무너지고 기준이 없어진다. 마음에 안 들어도 승복해야 한다. 당을 떠나 지금은 모든 정치인이 승복 얘기를 먼저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치 영역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헌재나 법원으로 떠넘기는 ‘정치의 사법화’가 심화하고 있다.

“정치라는 게 원래 대화, 타협, 조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양극단에서 정치가 갈등을 더 증폭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완전히 귀 닫고, 타협점 없애고, 일방적 주장만 한다. 당과 이념 성향을 막론하고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이 잘못하고 있다. 정치인은 사회 갈등을 봉합하는 길로 가야 하는데 우리는 누가 더 잘 싸우냐로 간다. 국민도 이걸 엄중히 봐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문제를 타협하고 중재하는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누군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바람직한 정치인들이 더 나올 수 있다.”



―정치권에서 개헌 얘기가 나오는데 대한변협은 어느 방향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생각하나.

“아직 대한변협 차원에서 개헌 논의는 없다. 섣불리 말하기 너무 무거운 주제다. 다만 법조인들이 많이 하는 얘기가 현 국면에서 계속 법적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고 논란되는 부분들이 있다. 법률이 만들어질 당시 예상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자꾸 발생한다. 입법 미비 측면이기도 한데 어쨌든 빨리 정비돼야 한다. 계속 모호하게 두고 그때그때 사법부에 판단해 달라 할 게 아니라 법률 미비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법치주의에 근거해 (자의적) 해석 여지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법률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면 대한변협에서도 여러 회원 의견을 모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형사사법 시스템 변화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법 시스템 변화가 바람직하다, 아니다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과도기다. 하지만 한 명의 법률가로서 이런 생각은 한다. 법을 바꿀 때 전체적 틀과 균형을 보지 않고 필요하니까 하나 얹고 하다 보면 법이 누더기가 된다. 검·경 수사권 부분은, 목적은 좋았지만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 입법부 중심으로 계속 개선하는 끊임없는 논의가 필요하다. 공수처는 일단 출범했으니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열악한 상황에 어중간하게 있다. 형사사법 시스템 개선은 꼭 필요하다 본다. 다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급되는 검찰의 수사권 남용에 대한 여론의 우려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형사사법 시스템의 개선,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을 제한하는 변호사 비닉권(의뢰인의 비밀 중 변호사와 의뢰인 간 주고받은 의사 교환을 따로 구분해 특별히 보호하는 것) 제도 도입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재판 지연 현상이 심각하다. 의뢰인들을 직접 접하는 변호사들이 생각하는 해결책은 뭔가.

“의뢰인은 빨리 결론 나기를 원하는데 계속 지연된다. 2020년부터 심화했는데 시기적으로 코로나19와 맞물린다. 또 법원 구성이, 세대가 바뀌면서 (판사들이) 야근 안 하는 문화적 변화도 있다. 하지만 그걸 탓할 게 아니다. 과거가 비정상이었다. 객관적으로 법관당 사건 수가 너무 많다. 대법원 통계를 보면 영미권 국가보다 보통 5배 많다. 근본 해결책은 법관 수의 증원이다. 소송·분쟁은 점점 많아지는데 법관 수는 한정적이다. 법관증원법에 따르면 2029년까지 5년간 370명 증원이 전부다. 현재 판사 정원이 3500명 정도인데 5000명까지는 무조건 빨리 늘려야 한다. 최소 2배 늘어야 한다. 2배 늘어도 법관당 사건 수는 해외와 비교하면 여전히 많다. 법관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 누가 뭐래도 가장 우수한 사람들이 법관으로 가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전관예우나 향판 막겠다고 2년마다 순환보직을 한다. (법관 선발 시) 법조 경력 제한도 문제다. 5년 경력의 우수한 법조인이 법관에 잘 지원하지 않으려 하는 문제가 생긴다.”

―임기 동안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추천권을 행사하는데 원칙은 뭔가.

“내 개인적 선호가 반영돼서는 절대 안 된다. 누구를 염두에 두거나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없고 중립적으로 의견을 취합해 행사하려 한다. 전문성은 당연하고 사회 존경을 받을 인물을 찾아야 하는데 문제는 그런 분들이 많이 고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추천 인사) 풀을 많이 늘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지방변호사회 별도 추천도 받고 전체 회원 추천도 받을 생각이다. 최대한 풀을 키운 뒤 내부 검증시스템을 만들고 추천위원회를 가동하려 한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추천위원회를 만드는 게 내 일이다.”

―임기 중 꼭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변호사 관련 법안 통과다. 기존 발의된 법안이 7개고 올해, 내년 발의를 목표로 하는 법안이 5개 정도 있다. 사회 약자나 인권에 도움 되고 동시에 변호사 역할을 확대하는 법안들이다. 대표적으로 디스커버리 제도가 있고 형사사건 부가가치세 면제 방안, 재건축조합 외부감사법 등이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면서도 변호사 활동을 강화할 수 있다. 둘째는 사법 시스템 정비를 위한 거대 담론 틀을 만드는 거다. 사개추위 같은 기구를 생각한다. 이전 사개추위에서 모든 제도를 개편하고 재구성하자고 했는데 이후 제각각이 되면서 모든 게 엉망이 됐다. 다시 모여 얘기할 때가 됐다고 본다. 그러려면 국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정치권에 법조인 출신이 많지만 국민 평가는 높지 않다.

“법조인이 정치에 많이 참여하는 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공통적 현상이다. 국회든, 행정부든 법을 다루는 것이 기본이다. 법조인 비율이 높은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 다만 그들이 얼마나 신뢰성 있게 하느냐, 책임에 부합해 하느냐가 문제다. 비법조인이라고 지금 잘하는 것도 아니다.”

김남석·강한 기자

관련기사

김남석
강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