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대구종합사회복지관 ‘꼼꼬미’ 동아리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주거환경 취약 아동가정을 대상으로 정리수납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초록우산 대구종합사회복지관 ‘꼼꼬미’ 동아리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주거환경 취약 아동가정을 대상으로 정리수납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 대구종합사회복지관 봉사동아리 ‘꼼꼬미’

고독사위험군 지원받던 중장년
“소외된 아동 돕고싶다”며 결성

주거환경 취약 가정 찾아 청소
아이들 밑반찬·간식 등 챙겨줘
“내가 가진 시간·체력 나눌 것”


다가올 겨울을 예고하듯 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2024년 11월의 어느 날, 강상국(63) 씨는 조심스럽게 대구의 한 집 문앞에 섰다. 열린 문틈 사이로 불어닥친 건 찬 공기보다 더 시린, 정리되지 못한 삶의 흔적들이었다. 사방을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 싱크대를 뒤덮은 음식물 쓰레기…. 널브러진 옷가지 사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장난감만이 이곳이 아이가 사는 집임을 외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는데, 정말 진심으로 아이를 위해 환경을 바꿔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 씨가 말했다.

강 씨의 곁에는 그와 함께 달마다 봉사를 다니는 초록우산 대구종합사회복지관 동아리 소속 5명의 ‘꼼꼬미’ 회원들이 있었다. 이날 방문한 집은 정리정돈이 오랫동안 되지 않아 아동학대 신고까지 접수됐던 주거 환경 취약가정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눈앞의 광경에 막막했던 순간도 잠시. 회원들과 복지관 직원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쓸고 닦고, 정리를 마치고 나니 믿기지 않게도 새집처럼 변했다고 한다. 추운 날씨에도 봉사를 마치고 난 이들의 몸은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하지만 이날 함께한 모두가 개운한 행복감을 느꼈다. 강 씨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걸 했을 뿐인데, 아이가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아주 뿌듯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꼼꼬미 동아리는 저소득 1인 가구 주민들로 이뤄졌다. 대구종합사회복지관이 2023년 고독사 위험군에 놓인 중장년을 지원하기 위해 밑반찬 만들기 활동을 진행했는데, 당시 참여했던 5명이 “우리도 지역 내 아동들, 소외된 주민들을 돕고 싶다”면서 방법을 문의해 지난해 3월 만들어졌다고 한다. 시작은 이들을 돕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이들이 이웃들을 돕겠다고 나서며 나눔의 선순환이 일어난 것이다. 복지관을 통해 베이킹, 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접한 이들은 배운 것을 토대로 봉사하고 있다.

초록우산 대구종합사회복지관 ‘꼼꼬미’ 동아리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9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이주배경아동을 위한 명절 음식을 만들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초록우산 대구종합사회복지관 ‘꼼꼬미’ 동아리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9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이주배경아동을 위한 명절 음식을 만들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동아리 결성 만 1년이 된 지금은 ‘봉사 어벤져스’가 됐다. 명절이면 명절 음식을, 김장철에는 김장 김치를 만들어 나눈다. 지난해 추석에는 이주배경 아이들을 위해 ‘비건식 명절 한 상’도 차렸다. 종교적인 이유로 학교급식으로 나온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이주배경 아이들을 위해 ‘콩고기 동그랑땡’과 같은 아이디어를 내 두부전, 애호박전과 함께 차려준 것이다. 이뿐 아니다. 한창 배고프고, 간식이 고픈 아이들을 위해 무더운 여름날이 되면 수박 화채를, 특식이 필요한 때엔 카스텔라 경단도 만들어줬다.

이들이 아이들에게 후원하는 것은 바로 그들의 ‘진심’이다. 후원이라 하면 흔히들 금전적인 부분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 알고 있는 것 중에서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아낌없이 베푼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긍정적인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앞서 바퀴벌레가 가득했던 가정에서는 아이의 부모가 “누가 이렇게 해주시겠나, 잊지 않겠다”고 감사함을 표하며 “집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아이의 아버지는 이후 아이 방을 꾸며주고자 가구를 구매하고, 해충 방역도 했다고 복지관 측은 전했다.

꼼꼬미 회원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강 씨는 “처음에는 받은 도움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했는데, 이제는 내가 아이들을 위해, 소외된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나누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며 “내가 아이들을 도우면 그 아이들이 커서 또 다른 누군가를 돕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마치 자신에게 능력이 생긴 것 같다고도 했다. 강 씨는 “내가 누군가를 돕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내가 가진 시간, 체력, 지식을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며 “나눔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구종합사회복지관 담당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선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아이들을 위해 움직여줄 수 있는 ‘진심 후원자’들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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