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도 유무 따라 진화율 큰 차이
험준한 산악 지형 접근성 높여
야간 지상 진화 신속 투입 가능
환경단체 반대·인식 전환 과제
“이번 산불을 겪으면서 앞으로 모든 산에 임도(林道)를 닦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지난달 영남 지역을 휩쓸며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낸 산불 진화과정에서 임도 개설 여부가 진화 시간과 피해면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산림청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3월 22일과 25일 각각 울산시 울주군 대운산과 화장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임도 유무에 따라 진화 과정에서 명암이 엇갈렸다. 임도가 없는 대운산에서는 울산 역대 산불 피해 중 최대 면적인 931㏊를 태우고 닷새 만에 진화됐지만, 임도가 있는 화장산에서는 63㏊를 태우고 발생 이튿날 꺼졌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임도가 없으면 진화 자체가 안 되고 100년 나무를 가꿔도 헛수고”라며 “산림보호를 위해서라도 임도 개설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속에서 불씨 확산을 막고 험준한 산악 지대에서 지상 진화 자원이 신속하게 산불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임도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산불 진화방식은 낮에 진화 헬기를 투입한 후 야간 지상 진화 작업으로 이어지는데 인력과 장비를 현장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는 임도 확충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산림청의 주요 국가 임도 자료를 보면 1㏊당 임도 길이를 나타내는 국내임도 밀도는 2023년 기준 4.1m로 이웃 나라 일본(24.1m)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임도의 산불 대응 효과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는 산림훼손과 산사태 위험 등을 이유로 임도 확충에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11월 당시 윤미향(무소속) 국회의원은 국회 예산심사에서 산림청의 임도 신설 사업에 동의할 수 없다며 환경단체의 요구대로 관련 예산의 감액을 주장하기도 했다. 산림 전문가들은 임도 개설로 인한 산림훼손보다 보호 이익이 더 크다고 말한다. 세계 주요 임업 선진국의 임도 밀도가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2023년 3월 경남 하동과 합천에서 발생한 산불은 임도를 왜 개설해야 하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합천에서는 낮에 33대의 헬기를 투입하고도 강풍으로 진화율이 10%에 그쳤지만, 야간에 임도를 통해 산불 진화차와 인력을 신속히 투입해 일출 전까지 진화율을 92%까지 끌어올려 조기 진화에 성공했다. 반면, 임도가 없던 하동에서는 낮 진화율이 46%로 합천보다 높았지만 밤샘 작업에도 진화율은 일출 전까지 63%에 그쳤다. 당시 현장에서 직접 진화작업을 지휘했던 남성현 전 산림청장(국민대 석좌교수)은 “대형화하는 산불은 이제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임도로 훼손되는 산림보다 산불로 타는 산림이 10배는 더 많다”며 “환경단체도 기후위기와 상시화하는 대형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임도를 재난시설로 바라보는 인식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임도 설치와 유지·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과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산림의 66%를 차지하는 사유림의 경우 산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임도 개설을 할 수 없다. 강호상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교수는 “기후위기와 대형산불 위험 속에서 산불 진화 헬기만으로는 역부족인 만큼 임도를 개설해 지상에서 진화 작업에 나설 수 있도록 임도 관련 법을 제·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현·곽시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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