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훼손 우려로 임도(林道) 설치를 자제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주요 국가들은 체계적인 임도망을 대형 산불피해를 줄이는 필수 인프라로 보고 있다. 최소한의 환경 훼손으로 산불 발생 시 훨씬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2일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 등에 따르면 산림면적이 402만㏊로 우리나라(630만㏊)와 비슷한 오스트리아의 경우 임도밀도가 50.5m/㏊(2020년 기준)로 우리나라의 4.1m/㏊(2023년 기준)에 비해 12.3배에 달하는 임도망을 갖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2023년 기준 산불 발생 119건에 피해면적은 21㏊에 불과하다. 산불 1건당 피해 면적이 0.17㏊에 그치고 있는 비결은 숲속마다 거미줄처럼 뚫려 있는 임도에서 찾을 수 있다. 국토의 60%가 산림이며 침엽수림이 약 50%로 우리나라와 유사한 여건인 핀란드의 경우, 체계적인 임도망을 구축해 산불로 인한 피해를 낮추고 있다. 약 13만㎞ 이상 개설된 임도는 진화인력과 장비의 접근성을 높이고 산불 확산을 저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슬로바키아는 2017년 산불피해를 겪은 뒤 근본적인 산불대응 전략으로 임도를 추가 설치했다. 이탈리아 역시 임도 주변 산불의 경우 강도와 확산을 억제하므로 수관화(나무의 잎과 가지가 타는 불) 진행 지연 및 초기 진화 성공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근거로 정책을 집행 중이다.
일본은 임도를 산림사업용과 방화용으로 구분해 설치해왔다. 특히 방화용 임도는 진입 상황, 최근 산불발생 빈도 및 규모 등을 감안해 설치했다. 산불 진화차량이 진입할 수 있도록 도로 유형별 산불예방 임도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임도의 효용성에 대한 연구도 여러 나라에서 진행 중이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국유림을 대상으로 수행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임도의 밀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산불의 피해 규모와 임도의 상호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임도로부터 거리가 1m 멀어질수록 산불 피해 면적이 1.55㎡씩 증가한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대형 산불 등 재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임도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미국과 호주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임도를 산불 대응 시 초기 진화를 위한 필수시설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