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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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의 푸드로지 - 마늘

한국 섭취량, 세계 평균의 10배
각종 요리에 쓰고 생으로도 먹어
3~4월엔 풋마늘 더욱 향긋해져

식재료 잡내 잡는 데 탁월한 효과
아시아·중동·유럽 등 세계서 애용

드라큘라 퇴치 등 주술적 사용도
‘알리신’ 성분, 실제 살균 작용해


어느새 봄. 향기로운 꽃바람도 생각나지만 사실 아릿한 마늘 향도 제철이다. 3∼4월 마늘종이 쑥쑥 솟고 조생종 풋마늘을 거둔다. (원래도 있었지만) 식탁에서 유난히 쪽마늘이 눈에 많이 띈다.

외국인의 입장에선 나라마다 각자 독특한 향이 있다. 한국인들이 베트남을 가면 공항에서부터 고수 향이 난다고 하듯, 외국인 중엔 한국인에게 은근한 마늘 향이 난다는 이들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에서 가장 마늘을 많이 먹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통계에 따라 인도와 중국이 1, 2위로 잡힐 때가 있다. 아무튼 1인당 연간 0.7㎏ 남짓이 세계 평균 마늘 섭취량인데, 한국인은 6.73㎏을 먹는다. 2020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통계다. 한국인이 세계 평균의 무려 10배를 먹는다. 마늘 한 접이 2㎏ 정도이니 무려 3∼4접을 먹어치우는 셈이다. 그나마 줄었다. 2000년에는 9.2㎏을 먹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기엔 이탈리아인들이 마늘을 퍽 좋아한다는데 우리 마늘 선호 식성에는 감히 비할 게 못 된다. 이탈리아는 0.74㎏이니 거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차라리 미국이나 브라질이 더 많이 먹는다.

우리는 갖은 국과 나물, 볶음에 넣고 아예 생마늘을 쌈에 올려 그대로 먹으니, 보일 듯 말 듯 감춰서 향만 내는 타국의 식습관으론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봄에 함께 나는 쑥과 함께 단군신화에 등장할 정도로 마늘은 우리 ‘민족의 봄’과 인연이 상당히 깊은 작물이다. 신화에서 언급한 마늘이란 야생 산마늘(달래나 명이)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마늘과 달래는 서로 아린 향과 매운맛이 닮았다. 그래서 마늘을 한자로 ‘큰 달래’란 뜻의 대산(大蒜)이라 부른다. 중국에선 그냥 쏸(蒜)이라 한다. 이른 6세기 신라의 문헌(성산산성 목간)에 이미 산시(蒜尸)라 해서 마늘을 뜻하는 이름이 등장한다. 13세기 간행한 향약구급방에는 아예 마여을이라 한자를 빌려 표기했으며 한글 반포 후에는 아래아(·)를 쓴 마날 표기가 본격적으로 나오니 굉장히 오래된 인연을 자랑하는 작물이다.

따지고 보면 이만큼 인연 깊은 작물도 드물다. 양파, 고추, 호박,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은 전래 역사가 불과 200∼300여 년에 불과하다. 대부분 근대 들어 전래했으며 딸기는 아예 100년도 안 된 1943년에나 한반도에 상륙했다.

마늘은 후추처럼 특유의 매운 향으로 식재료의 잡내, 특히 고기 누린내를 가리기 위해 쓰는데 여러 고기에 확실한 효과를 내는 까닭에 중동 지방에서도 많이 쓴다. 특히 원산지인 이집트에선 여러 음식에 기본 향신료로 마늘을 사용한다.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피라미드를 만들 때부터 마늘을 줬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에서 마늘을 즐기는 문화는 튀르키예가 퍼뜨린 것으로 보인다. 옛 오스만 제국 영토를 중심으로 마늘 벨트가 형성되어 있다. 이들 지역의 유명한 마늘 요리로 이탈리아의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와 스페인의 감바스 알 하이요 등이 있다.

마늘 소비량에 있어 한국인에 버금간다면 서러워할 중국에선 육류나 해산물 등 요리에 매우 다양하게 사용된다. 특히 양념통닭의 원조 격인 깐풍기(乾烹鷄)는 매콤달콤한 향신료와 함께 마늘을 듬뿍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양꼬치 먹을 때도 함께 생마늘을 꿰어 구워 먹는 쏸양로(蒜羊肉)가 있다. 훠궈 소스에도 다진 마늘을 넣는다.

중국 요리 중엔 닭고기나 돼지고기 육수에도 많이 쓰는데 이에 영향을 받은 일본 돈코쓰 라멘 역시 그렇다. 드물게 다진 생마늘을 넣어 먹는 음식이다. 일본에서 요리에 마늘을 썼다 하면 라멘이 가장 먼저 연상될 만큼 ‘(돈코쓰) 라멘에는 마늘’이 공식이다. 야키도리 중에도 닭과 마늘을 꼬치에 끼워 구워 먹는 도리니쿠(鳥にんにく)가 있긴 하지만 생마늘을 바로 짓이겨 먹는 요리는 거의 중국에서 전래한 라멘이 유일하다.

당장 철을 맞아 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마늘종은 풋마늘의 대(꽃줄기)를 이르는 것으로 마늘 향과 맛을 살짝 품어 다양한 식재료로 쓰고 있다. 장아찌를 담기도 하고 그냥도 장을 찍어 먹는다. 신기한 것은 마늘을 상식하는 중국은 물론 서양에서도 즐겨 먹었다는 것. 마늘 향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유럽과 미국에선 요즘도 꽃봉오리가 차오른 마늘대(garlic scapes)를 마늘 창(garlic spear)이라 부르며 아스파라거스처럼 구워서 먹는다. 은은한 마늘종의 향기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모양이다. 실제로 영어 마늘(Garlic)은 고어로 창(槍)을 뜻하는 갈(gar)과 매운 채소를 가리키는 릭(lic)이 조합된 말이 어원이라고 한다.

마늘에 뭔가 살균 물질이 있다고 느낀 까닭일까. 마늘은 주술적으로도 쓰였다. 동서고금 마찬가지인데 특히 유럽도 그렇다. 흡혈귀 드라큘라가 마늘을 싫어해 도망간다는 이야기도 그리해서 생겨났다. 강력한 마늘 냄새 때문은 아닐 것이다. 옛날에 역병은 바이러스가 아닌 귀신의 짓으로 여겼는데 이를 마늘이 물리치니 항마(降魔)의 작용을 한다고 퍼졌다.

실제 마늘의 알리신은 살균 작용을 한다. 마늘의 육피가 외부적 손상을 입으면 나오는 물질이 알리신인데 이게 굉장한 살균력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미생물이나 곰팡이 균류를 모두 죽인다. 그러니 마늘즙을 발라놓은 식품이 잘 상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오징어마늘칩 = 오징어풍경. 오징어의 모든 것을 내세웠지만 유례없는 오징어 흉년이라 애를 먹고 있는 집. 하지만 생맥주가 맛있고 이에 걸맞은 안줏감이 있어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오징어마늘칩은 길게 썰어 튀겨낸 오징어와 얇게 썬 마늘 튀김(마늘칩)을 함께 내는 안주다. 바삭하게 튀겨낸 오징어와 플레이크 같은 마늘이 굉장히 어울린다. 살짝 매콤한 시즈닝도 입에 짝 달라붙는다. 서울 중구 다동길 5 광일빌딩 1층.



◇마늘 새우찜 = 티엔미미. 흑백요리사가 아니라 원래 ‘컬러’일 때부터 유명했던 정지선 셰프가 선보이는 딤섬 요릿집이다. 계절마다 일일이 세기도 버거울 만큼 다양한 딤섬이 있다. 이 중 탱글한 새우에 마늘 향을 입혀 내오는 새우찜이 맛있다. 대나무 바구니에 색도 고운 새우 3마리가 마늘 옷을 입고 옹기종기 누웠다. 깨물면 살이 톡 터지며 마늘 향을 입안 가득 퍼뜨린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32-4 104 1∼3호.



◇흑마늘빵 = 단양 흑마늘빵. 8경만 있는 줄 알았더니 9경도 있다. 단양 9경시장 안에서 흑마늘빵을 파는 집. 마늘 모양을 닮은 둥근 빵 속에 팥앙금과 흑마늘을 섞어 넣었다. 부드럽고 달달한 빵을 씹자니 금세 마늘 향이 콧속을 흔든다. 맛은 달콤하고 향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생마늘이 아니라 흑마늘이라서 다행. 커피 등 다른 향이 있는 음료와도 잘 어울린다. 충북 단양군 단양읍 도전리 616.



◇알리오 올리오 = 쁘로발로 삼송. 이탈리아 대표 파스타는 아니지만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오일 파스타가 알리오 올리오다. 현지보다 한국에선 마늘을 아주 많이 넣는데 이 집 역시 마늘을 푸짐하게 써 부드러운 마늘만 집어 먹어도 든든하다. 적당히 삶아낸 면발과 향기로운 올리브유, 그리고 접시 안을 지배하는 마늘 향과 살짝 맴도는 매운맛은 아무리 먹는대도 질리지 않을 만큼 맛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신도3길 42 1층.



◇마늘김치 = 명동교자. 최근에 900억 원에 이르는 신관 건물을 세웠다는 칼국숫집이다. 이곳을 찾는 단골들에게 이른바 ‘마늘김치’가 인기다. 숙성하지 않는 대신 마늘을 듬뿍 넣어 칼칼하고 아릿한 맛을 내는 김치 한 조각을 얹어 국숫발을 빨아들이기 위해 명동 나들이를 한다는 것. 김치를 씹어 삼키고 나면 속이 다 따뜻해진다. 국내 식당 중 외국인 방문객 수1위를 수성하는 집. 서울 중구 퇴계로 129 신관명동역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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