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북의 시간
사이 몽고메리·맷 패터슨 지음│조은영 옮김│돌고래


분홍돌고래와 유인원부터 문어에 이르기까지. 저자 사이 몽고메리는 일생 동안 아마존과 알타이산맥, 보르네오섬을 누비며 만난 동물과의 교감을 30권 넘는 책으로 펴냈다. 세계적인 동물 생태학자인 그가 이번에는 거북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그사이에 위치한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책에 담았다.

저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거북구조연맹’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병들고 다친 거북을 돌봤다. 그렇기에 책에는 다양한 연구 논문과 문헌을 통해 정리한 거북이의 생물학적 특성, 종류뿐 아니라 각각의 거북이와 나눈 시간으로 가득하다. 멎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늑대거북 치트니, 척추가 부러져 뒷다리가 마비된 채 구조된 후에도 끝내 다시 걷기 시작한 늑대거북 파이어치프 등의 사연을 읽고 있자면 생명의 경이와 감동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저자는 이와 같은 거북들의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풀어내며 특히 ‘느림’에 집중한다. 거북이는 움직임뿐 아니라 호흡과 맥박이 느리고 회복도 무척 천천히 일어난다는 것이다. 느릴지언정 포기하지 않는 거북의 시간은 저자가 책을 써내려간 팬데믹 기간을 돌아볼 때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모든 관계를 일시 정지 혹은 중단한 채 좌절하는 인간종에게 거북의 묵묵한 움직임은 큰 응원을 준다.

더불어 책에는 인간이 파괴한 지구에서 포기하지 않고 산란을 위해 습지로 이동하는 거북의 여정도 담겼다. 저자의 생생한 서술에 야생동물 전문 화가 맷 패터슨이 그린 삽화들이 더해져 거북의 느린 시간을 파괴하는 인간 문명의 횡포가 무거운 경고로 다가온다. 412쪽, 2만 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장상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