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가 ‘CT공화국’이라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CT를 촬영하는 사람이 많아 저선량 방사선 상한선인 100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하는 국민이 4만 명 이상이며, 대만보다 28배 이상 많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가 대만의 2배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많아 안타까운 현실이다. 또한,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CT 검사 건수가 304.4건이며, 이는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검사 건수가 가장 많아 CT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벗기는 쉽지 않다.
이에, 영상의학자로서 안전하고 합리적인 CT 촬영 방법과 의료방사선에 대한 환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관리 체계를 제안해 본다.
첫째, CT를 촬영하는 병원은 질병관리청에서 권고하는 ‘영상진단 정당성 가이드라인’과 ‘진단참고수준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필요한 검사를 하되, 가능한 한 낮은 방사선량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영상진단 정당성 가이드라인’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참여해 개발한 것으로, 환자에게 영상검사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머리를 다쳤을 경우 임상증상 여부와 의식상태 수준 척도 검사 결과 등을 고려해 CT를 촬영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갑상샘 결절이 의심되는 환자들에게는 우선적으로 초음파검사를 하도록 권고한다.
그리고 ‘진단참고수준 가이드라인’은 진료에 영향은 미치지 않으면서 환자가 받는 방사선 피폭선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체 부위별로 가능한 한 낮은 선량을 사용해 검사해야 함을 말한다. 검사 유형별로 영상검사 촬영시 선량을 줄이기 위한 참고 사항을 알려주고 있어 환자들이 최소한의 선량을 받아 영상검사를 하고 최적의 의료 영상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병원은 이 두 가지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방사선 검사를 해야 하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촬영을 방지해야 한다. 그로써 환자들은 의료방사선 피폭선량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민간 건강검진에 대한 CT 촬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가건강검진은 30년 이상 흡연 이력이 있는 54세에서 74세 이하 국민에게 저선량 폐 CT를 촬영하여 암을 조기 발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검진에서 하는 CT는 환자가 원할 때 촬영하는 것으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효과를 얻기 어렵다. 오히려 불필요한 촬영으로 의료방사선 노출 위험이 있다. 따라서 민간 검진에서도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영상검사 필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불필요한 CT 촬영은 지양하고 다른 검사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의료방사선 노출에 대한 환자 보호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0여 년 전인 2012년 7월부터 법으로 모든 CT를 촬영할 때 발생하는 선량을 기록하고 유효선량 50mSv 이상 노출 시에는 정부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료방사선에 노출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관리를 하고 있지 않다. 병원에 근무하는 방사선 관계 종사자에 대해서만 유효선량 한도가 연간 50mSv를 초과하거나 5년간 100mSv를 초과하면 즉시 건강진단을 받거나 피폭을 줄이기 위한 안전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방사선량 관리 체계를 법으로 마련해 불필요한 의료방사선 노출로부터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
의료진과 환자는 CT 촬영이 꼭 필요한 검사인지에 대한 고민과 검토를 하고, 국가는 국민 건강 보호를 최우선으로 선량 관리 체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