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단무지의 시대다. 중국집에 없어서는 안 될 노랗고 아삭거리는, 한때 일본말에서 받아들인 ‘다꾸앙’ 또는 ‘다꽝’으로 더 많이 불렸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단순 무식하면서도 ‘지랄’을 일삼는 이들을 꼬집는 말이다. 요즘은 ‘뇌전증’으로 표현하는 간질병을 가진 이들이 증세가 도졌을 때를 가리키는 말이니 웬만해서는 쓰지 않는 것이 좋은 말이다. 그러나 단순 무식한 이들의 발호가 너무도 심한 상황이니 이런 줄임말까지 떠돈다.
단무지의 본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음식은 일본에서 유래했다. 가늘고 긴 무를 쌀겨와 소금에 절여 만든 것이 이 땅에 전해진 뒤 새콤달콤한 초절임으로 바뀌었다. 식초와 함께 노란색 치자 색소와 단맛이 더해져 짠맛 위주의 일본 ‘다쿠안’과는 조금 다른 음식이 되었다. 무를 소금에 절여 짠맛이 나는 것을 무짠지라 했으니 새콤달콤한 이것은 ‘무단지’ 또는 ‘무신지’, 나아가 ‘무신단지’가 되어야 했으나 ‘단무지’가 최종 승자가 되었다.
단무지는 만들기가 비교적 쉬운 데다 달고 신맛에 아삭한 식감 때문에 꽤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중국집에서는 짜장면과 짝을 이루었고 분식집에서는 김밥의 필수재료가 되었다. 가정에서는 얇게 썬 뒤에 고춧가루를 비롯한 갖은 양념을 더해 무침으로 먹기도 한다. 일본의 다쿠안이 이 땅의 단무지가 된 뒤에는 일본의 식탁에서보다 더 사랑받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이런 단무지를 모욕하는 이들이 있다. 무식하면서도 생각이 짧은 이들이 막무가내로 큰소리를 친다.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은 ‘지랄’이라고 표현하지만 무서워서, 혹은 더러워서 피한다. 이들을 ‘단무지’라 부르며 비난해도 오히려 목소리가 더 커져 간다. 급기야 거짓뉴스와 선동의 발원지로 굳어져 버렸다.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새콤달콤한 단무지에 빠져들 듯 이들의 단무지에 동조하는 이들이 더 문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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