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호근 전 국방대 부총장 ‘미 해군의 한국전쟁 항공작전’서 6·25 항모 함재기 역할 조명
6·25전쟁 때 미국 17척 영국 6척, 호주 1척 등 24척 디젤항모 순차적 투입 맹활약
흥남철수작전 성공은 미 항모 7척이 동해상에서 항공작전 지원했기에 가능
미국 정부 2차대전 후 항모 역할 사라질 것 예상했으나 6·25전쟁으로 항모 역할 부각
함재기 F3D 스카이나이트 대형 쌍발 제트폭격기로 야간 폭격작전 시 B-29 공중엄호 맹활약
6·25전쟁 기간 유엔군 해상전력의 핵심인 디젤엔진 항공모함(항모) 중 미국 17척을 비롯, 영국 6척, 호주 1척 등 24척의 항모들이 순차적으로 참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항모에 탑재된 함재기들이 한반도 동·서·남 해안에 진입, 각종 전투에서 항공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등 전쟁 흐름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30여년 간 공군에서 전투 조종사로 근무한 장호근(79·예비역 소장·공사 17기) 전 국방대 부총장이 최근 펴낸 6·25전쟁 당시 미군과 유엔군 항모 24척에 탑재된 함재기들의 활약상을 다룬 ‘미 해군의 한국전쟁 항공작전’(인쇄의 창 刊)이 여기에 대한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준다.
1950년 6월25일 북한군 기습 남침으로 시작돼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으로 휴전되기까지 1129일 동안 6·25전쟁은 압도적으로 지상전 위주 전쟁이었다. 책 감수를 맡은 허남성 국방대(군사사학) 명예교수는 “6·25전쟁 전체 모습을 이해하려면 항공작전과 해상작전을 보다 더 심층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미 해군 항모들의 항공작전에 대한 상세한 사료들이 발굴되지 않아 그동안 갈증이 증폭됐다. 6·25전쟁 항공작전에 대한 갈증을 대부분 해소시켜준 역작”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전쟁 초기에 한반도의 항공기지들은 워낙 열악했고, 더구나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린 상태에서는 일본의 기지로부터 출격한 항공기들은 항속거리 때문에 한반도 전선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었다”며 “미국은 (2차세계대전 후) 2선으로 물리려 했던 항모들까지 긴급히 동원해 한반도 해역에서의 항공작전을 메울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항모 기반 항공력은 지상의 기지와 달리 ‘움직이는 비행장’으로서의 가치와 이점을 발휘했다.

대부분의 6·25전사 기록이 지상전 일변도인 데 비해 ‘미 해군·해병대 전투기의 공대지 항공작전을 중심으로’ 부제가 붙은 데서 보듯,그동안 국내 학자들이 다루지 못한 유엔군 항모들의 활약상은 단편적으로 번역서 등에서 소개된 적은 있지만 구체적 전투 과정에서 항모와 함재기 역할을 종합적으로 다룬 것은 국내외 통틀어 처음이다.
장 전 부총장은 “1950년 겨울 장진호 전투에서 미 해병대가 혹한의 추위와 악천후 속에서 중공군과 싸우며 후퇴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동해상에서 대기하던 미 해군 디젤 항공모함 ‘바둥 스트레이트(Badoeng Strait· CVE-116)’, ‘필리핀 시(Philippine Sea ·CV-47’,‘레이테(Leyte·CV-32)’ 등의 함재기와 북한 원산·연포기지에 대기하던 미 제1해병사단의 해병대 항공기가 중공군을 무자비하게 폭격한 근접항공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천상륙작전의 주력은 미 해군과 해병대였다. 3척의 미 해군 고속항모인 ‘밸리 포지(Valley Forge·CV-45)’, ‘필리핀 시’, ‘박서(Boxer·CV-21)’, 2척의 호위항모인 ‘바둥 스트레이트’, ‘시실리(Sicily·CVE-119)’ 함재기들이 공중폭격과 해병대 서울진격 등에 근접항공지원을 수행했다. 영국 항모 ‘트라이엄프(Triumph·R16)’의 시파이어, 파이어플라이 전투기는 유엔 해군에 공중엄호를 했다”고 설명했다.그는 “흥남철수작전 당시 미군 소속 항모 4척(밸리 포지, 필리핀 시, 바둥 스트레이트, 시실리)과 추가로 전개한 ‘프린스턴(Princeton·CV-37)’‘레이테’ ‘바탄( Bataan·CVL-29)’ 포함 총 7척의 항모가 동해 인근에 전개해 함재기들이 근접항공지원, 종심표적 공격 등을 했고 영국 경항모 ‘테세우스(Theseus·R64)’ 함재기들이 우군 함대 상공에서 초계비행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 항모 함재기인 F-4U 콜세어(Corsair·해적선), AD 스카이레이더(Skyraider), F7F-3 타어거캣(Tigercat·살쾡이), F9F-2 팬더(Panther·검은 표범) 등은 압록강 교량폭파 작전, 화천댐 어뢰공격,나진항 급습작전, 수력발전소 폭격작전 등 항공후방차단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1952년 8월 미 해군은 항모 ‘박서’에서 최초로 유도탄 6기를 북한 해안 표적에 발사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2차세계대전 후 미국 정부는 해군 항공력과 항모가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 판단했는데 6·25전쟁 발발로 항모 역할이 부각됐다”며 “유엔 해상전력을 주도한 일본 주둔 7함대 소속 제77기동부대 항모의 함재기들은 비행장이 부족하고 열악한 한반도 환경에서 ‘움직이는 해상 비행장’ 역할을 하며 미 공군 전투기 폭격기와 합동작전을 성공적 수행해 전쟁의 흐름을 바꾸었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이후 극동해군의 제77기동부대(TF77) 항모가 일본에서 출동해 한반도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등 일본의 극동해군기지를 모항으로 활동했다. 전쟁 발발 당시 한반도에 투입할 수 있는 미국 항모는 미 7함대소속 에식스(Essex)급 고속항모 밸리 포지가 유일했고 다행히 영국 극동해군의 항모 트라이엄프가 전쟁에 합류할 수 있었다. 밸리 포지 탑재 함재기는 F9F-2 팬더, F4U 콜세어, AD-4 스카이레이더 등 총 86대였다. 트라이엄프는 파이어플라이와 시파이어 등 20여대의 프로펠러 전투기를 탑재했다.
1950년 7월과 8월 시실리, 바둥 스트레이트, 박서, 필리핀 시 등 태평양함대의 에식스급 항모들이 한반도로 긴급 출동했다.전쟁이 장기화하자 예비역 함정들이 현역으로 복귀했는데 1950년 8월28일 2차대전 당시 마지막으로 건조된 항모 프린스턴이 첫번째 재취역했다.

밸리 포지는 미 해군이 20세기에 가장 많이 건조한 디젤 항모 에식스급 항모 24척 중 22번째 건조된 항모다. 2차 대전 직전 1946년 11월 취역한 밸리 포지는 유일하게 6·25전쟁에서 4회 전개한 항모다. 1950년 6월28일 미 7함대 기함이 됐고 북한지역 항공후방차단작전은 물론 부산방어선에서 유엔 지상군 항공지원을 수행하고 인천상륙작전에도 참가했다. 유엔군 38선 이북 진격 때에도 함재기들이 지상군을 지원했다.6·25전쟁에서 8개의 전투훈장(Battle Star), 베트남전에서 9개의 전투훈장을 수여받고 1970년 1월 퇴역했다.필리핀 시는 부산방어선, 인천상륙작전, 서울 탈환, 장진호 전투에서 유엔군을 지원했다. 3차례 6·25전쟁에 참전해 9개의 전투훈장을 받고 1958년 12월 퇴역했다.프린스턴은 8개의 전투훈장을 받았다.
영국 항모는 앞에 열거한 트라이엄프·테세우스 외에 오션(R68), 글로리(R62), 유니콘(I72), 워리어(R32) 등 콜로서스급 경항모 6척이 순차적으로 참전했다.호주 항모는 시드니가 참전했다.
함재기로는 미 보우트(Vought)사 항공사 F4U 콜세어는 주로 근접항공지원 전투기로 운용됐다. 전쟁 초기 콜세어는 북한군 단발 프로펠러 전투기 야크(Yak)-9와 공중전을 벌여 승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련의 미그-15가 등장하자 콜세어는 제트전투기를 상대할 수가 없었다. 미 더글러스 항공사의 미 해군과 해병대 AD 스카이레이더는 근접항공작전에서 적의 대공포로 128대의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미 해군이 개발한 최초의 쌍발전투기인 F7F-3 타이거캣은 6·25전쟁에서 야간 전투기와 공격기로 맹활약했다. 미 그루만 항공사의 F9F-2 팬더는 미 해군 최초의 제트전투기였다. 미 해군과 해병대의 주력 제트전투기로 공대공 전투와 공대지 공격에 광범위하게 운용됐다. 미그기의 공중공격과 공대지 임무 시 자주 조우한 적의 지상 대공포화에도 잘 견뎌내 전쟁 중에 7만8000회의 비행을 수행했다.

미 맥도넬 항공사의 F2H 밴쉬(Banshee·아일랜드 유령)는 항모 함재기용 단좌 쌍발 제트엔진기로 항모용 호위 전투기로 운용된 초기 제트전투기였다. 그럼에도 전투폭격기로서, 교량 철도, 기타 지상 표적 공격 임무도 훌륭히 수행했다.미 더글러스사의 F3D 스카이나이트(Skynight)는 직선형 날개의 항모용 야간전천후 대형 쌍발 제트폭격기로 야간 폭격작전을 하는 B-29를 야간에 공중엄호하는 역할을 했다.
장 전 부총장은 “6·25전쟁 발발 직후의 항공모함 전개 과정, 부산방어선, 인천상륙작전, 장진호철수작전에서의 미 해군·해병대의 근접항공지원작전, 전선 교착과 휴전협상 개시 이후 미 공군·해군·해병대의 합동 후방차단작전을 포함하고 있다”며 “지상군 전개 과정은 육군 예비역 허남성 국방대 명예교수, 해상작전은 조덕현 해군사관학교 해전사 교수가 감수해 군사사(military history) 학술자료로서 신뢰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장 전 부총장은 2023년 펴낸 ‘미 공군의 한국전쟁 항공작전’을 통해 6·25전쟁 당시 미군 전투기 조종사를 중심으로 한 유엔군과 소련군 중심의 중공군·북한군 등 공산군과의 치열한 공중전이 전쟁 발발 후부터 휴전협정 체결될 때까지 거의 매일 발생했으며 미군 조종사들이 전투기 수적 열세에도 불구, 이른바 ‘에이스(Ace)’로 불리는 베테랑 조종사들의 투혼으로 승리를 이끈 사실을 밝혀냈다.
미그-15는 보유 대수에서 F-86와 비교해 5대 1에 이를 정도로 공산군은 제트전투기 숫자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보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적은 결코 공중우세를 달성할 수 없었다. 이는 F-86 전투기의 우수한 성능과 함께 2차대전 경험자들이 다수 포함된 뛰어난 조종사들의 기량 덕분이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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