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새로운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번 결정은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으로 기록되었으며,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극심했던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중대한 판단이다.
이번 탄핵 과정을 통해 한국 사회는 찬성과 반대로 첨예하게 갈라졌다. 찬반을 외치는 집회가 매주 열렸고, 진영 간 갈등 상황은 봉합되지 않은 심각한 상처로 남아 우리 사회의 무거운 과제가 되었다.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상황을 무거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갈등 해소를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아공은 수십 년간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차별 체제에서 극심한 갈등과 폭력을 겪었지만, 1990년대 초 넬슨 만델라와 프레데리크 데클레르크 대통령은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체제 전환을 이루어냈다. 만델라는 복수와 증오 대신 화해와 용서를 강조하며 상처 입은 사회를 통합하려 했고, 데클레르크는 백인 소수 정권의 이익을 내려놓으며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을 열었다.
남아공은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설립하여 과거의 인권침해를 조사하였다. 가해자들은 진실을 고백함으로써 법적 처벌 대신 사회적 용서를 받을 기회를 얻었고,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고통이 공적으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치유와 화해를 경험했다. 이러한 노력은 남아공이 흑백 인종 갈등을 넘어 민주주의로 재탄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남아공의 사례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갈등 상황에서도 큰 교훈을 준다. 진영, 세대, 남녀 등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으며 공동체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와 다른 입장을 가진 상대의 입장과 차이를 인정하며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易地思之) 수용하는 자세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분열을 극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원불교의 소태산 대종사는 “이 나라가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제일 가는 지도국이 될 것”(원불교 대종경 전망품 23장)이며 고기가 변해 용이 되는(魚變成龍) 과정이라고 예시했다. 대한민국은 일제 식민통치도, 6·25전쟁도 극복하고 산업화·민주화를 이뤄 낸 위대한 국민들이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약 60일 이내 조기 대선이 진행될 것이다. 새로 선출되는 지도자는 나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에게 더 많은 관심과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국민 역시 탄핵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분별시비를 내려놓고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모아야 한다.
이번 탄핵 결정은 단순히 법적 판단에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가치를 되새기며 사회적 성찰과 대동화합의 계기를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갈등과 대립을 뒤로하고 국민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분열을 넘어 화합으로 나아가는 걸어보지 못한 길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향한 여정은 바로 지금부터 나를 내려놓고 함께하는 데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