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eadership - 허태수 GS그룹 회장
생성형 AI 도입해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대비 친환경기술 투자
“큰 도전이자 놓칠 수 없는 기회”
과거 글로벌은행 근무경험 살려
‘휴젤’인수 등 공격적 투자 행보
계열사 99개·자산 81조로 성장
회사 내 수평적 공유 문화 확산
큰 탁자 없애고 ‘오픈홀’ 회의
격의없는 소통·토론하기 즐겨

◇AI와 디지털로 혁신을 심다 = 허태수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열린 ‘GS 창립 20주년 및 GS아트센터 개관 기념행사’에서 다음 20년의 미래 성장을 좌우할 중요한 변화와 도전으로 디지털 AI 기술의 발전과 기후변화를 꼽았다. 허 회장은 기념 영상을 통해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엄청난 도전이자 놓칠 수 없는 기회”라며 “GS그룹은 생성형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친환경 신기술에 투자함으로써, 미래의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GS그룹은 허 회장의 이 같은 비전을 바탕으로 최근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로 변모해 나가고 있다. 특히 2020년 회장 취임 직후 지주사 단위에서 신설한 조직인 ‘52g(5pen 2nnovation Gs)’는 그룹사의 AI·DX 확산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정보기술(IT) 개발자와 사용자 경험(UX) 디자이너, 업무혁신 전문가들이 속한 52g는 GS그룹이 디지털을 중심으로 외부의 혁신을 쉽게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계열사 단위로 해결하기 어려운 DX 과제를 모아 공동의 노력으로 해결하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해커톤을 개최해 혁신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허 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모든 직원이 고객을 중심에 두고, 자발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애자일(기민한·민첩한)’하게 협력하는 것이 곧 오픈 이노베이션이며 GS가 지향하는 기업문화”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허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AI 혁신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하기도 했다. AI 관련 정책을 제안하고 민간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와 학계에 전달하는 위원회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기술을 이해하는 경영자’로서 허 회장이 초대 위원장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힌 것이다. 허 회장은 창립총회에서 “AI는 특정 기술을 넘어 산업과 사회 전체의 근본을 재편하는 열쇠”라며 “기업이 자유롭게 AI를 적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눈부신 외형적 성장, M&A·벤처 투자 시장에서도 존재감 = GS그룹은 지난 1947년 이후 약 57년간 LG그룹을 공동 경영해온 허 씨 일가가 2005년 GS칼텍스와 GS리테일, GS홈쇼핑 등을 가지고 독립하면서 탄생했다. 삼양통상, 승산 등 허 씨 친족이 보유한 계열 회사들까지 합해 자산은 19조 원, 매출은 23조 원, 계열사 수는 50개 규모로 출범했다. 이후 GS EPS(LG에너지), GS E&R(STX에너지), GS글로벌(㈜쌍용) 등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고 2024년 기준 자산 81조 원, 연 매출 84조 원, 계열사 수 99개 규모로 성장했다. 자산은 4배 이상으로, 매출은 3배 이상으로 성장한 것이다. 자산을 기준으로 매기는 재계 순위도 LG그룹에서 분리된 LS그룹과 LIG그룹, LX그룹 등 범LG그룹사 중 유일하게 10대 그룹에 속하는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소 보수적인 성향으로 꼽히는 GS그룹은 최근에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진행된 휴젤 인수다. 3조 원에 가까운 몸값, GS그룹의 기존 사업과 관련성이 낮은 바이오 분야였다는 점에서 당시 업계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공격적인 투자의 바탕에는 허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 허 회장은 어빙은행, 컨티넨탈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데다 LG투자증권 IB 부문을 거치면서 투자와 금융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분야 진출 전략을 세운 GS그룹은 휴젤 인수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해외시장 진출 확대라는 성과를 달성, 성공적인 M&A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벤처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 GS퓨처스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북미 지역의 벤처 60여 개에 투자하고 있다. 또 국내 지주사 첫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GS벤처스는 24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했다. 허 회장은 올해 새해를 시작하는 신년 임원 모임 자리에서 “탄탄한 재무 체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투자와 M&A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며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화합과 포용, 소통하는 리더십 =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는 것과 직접 회사를 찾았을 때 느낌이 가장 다른 기업이 GS가 아닐까요.”
GS그룹 관계자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대기업 이미지 조사에서 가장 격식을 중요시하는 50대 중년 남성으로 묘사될 법한 GS그룹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사 이미지가 강한 허 회장은 평소에도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토론하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GS그룹의 해커톤 행사가 열렸을 당시 외부 참가자들은 반바지와 반소매 티셔츠 차림의 직원들이 격식과 통제 없이 일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허 회장은 육중하고 각진 테이블이나 팔걸이의자 대신 뻥 뚫린 열린 공간에서 자신이 직접 핵심 사안에 관해 설명하면서 계열사 사장단의 토론을 유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일 정도로 격식을 따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허 회장은 ‘톱다운’ 방식의 업무 진행을 극도로 싫어하는 까닭에 현업 단위의 업무 공유와 실행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보고는 있지만, 공유가 없는 구태를 벗어나야 한다”며 “타인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마음 편히 참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창조적 혁신도 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수평적 공유 문화는 회의실과 사무 공간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사장단 등 고위 임원 모임이 주로 열리는 회의실은 육중한 테이블을 치우고, ‘오픈홀’로 재탄생시켰다. 디지털 패드를 거치할 수 있는 바퀴 달린 다목적 의자를 배치해 회의 규모에 따라 많은 참석자가 모이고 흩어질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보안사항이 아닌 이상 대부분 회의는 온라인으로 공유된다. 아울러 사무 공간마다 가벼운 음식물과 커피 머신이 놓인 휴게 공간을 배치, 업무 중간중간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협업할 수 있도록 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1957년 부산 출생 △중앙고·고려대 법학 △조지워싱턴대 MBA △LG증권 M&A팀장 및 국제금융팀장 △LG투자증권 IB사업본부 총괄 상무 △GS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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