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부 부장

세계 경제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진원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붙인 ‘관세 전쟁’이다. 미국 주가 등 글로벌 금융 지표는 이미 위기 상황에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세 전쟁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글로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붕괴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이처럼 대외 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는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현 상황은 외환위기와 비견될 만큼 심각하다”는 말도 나온다.

2차 대전 이후 만들어진 미국 중심의 세계 체제는 외교·군사 측면에서는 유럽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아시아에서 한국-일본-대만 등을 잇는 대(對)공산권 봉쇄 라인을 주축으로 형성됐다. 경제 측면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 체제의 구축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이번 관세 전쟁을 계기로 경제 측면과 외교·군사 측면에서 세계 체제가 동시에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동부 시간 기준으로 지난 5일 발효된 10%의 기본 관세와 오는 9일 발효될 예정인 국가별 상호관세(10%+α)는 적성국,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부과된다. 관세와 보복 관세가 이어지면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질 수밖에 없고, 국제 무역은 당연히 위축된다. 글로벌 관세 전쟁과 방위비 분담 등을 둘러싼 이견(異見)은 외교·군사 측면의 세계 체제도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나토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고 공공연히 밝힐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2차 대전 이후 몇몇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사실상 유일한 나라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한 외교·군사적인 뒷받침과 2차 대전 이후 형성된 자유무역 체제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인 수준의 자유무역 체제는 약화하고 있고, ‘혈맹(血盟)’이라고 불리던 한미동맹 강도도 예전보다는 못 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나 일본, 유럽연합(EU) 가입국은 이번에 미국으로부터 혈맹이라고 불리기에는 너무나도 높은 기본 및 상호 관세율을 통보받았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 악화나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이제 와서 없던 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부 대응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첫걸음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국민 대다수가 수용하는 것이다. 헌재의 선고를 국민 대다수가 수용해야 국민 통합이 가능해지고, 국민의 뜻이 모여야 위기 극복 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뜻이 모인다면 차기 대통령 선출 때까지 정부와 재계, 노동계 등이 모두 참여하는 ‘대통합 기구’를 만들어 시급한 경제 현안에 대해 거국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발생 직후 개별 집단의 입장 차이를 뛰어넘어 대타협을 이끌어냈던 것처럼 국민 모두 내우외환의 위기에 시달리는 국가 경제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 위해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조해동 경제부 부장
조해동 경제부 부장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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