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빅테크에선 ‘일 더하기’가 확산해 눈길을 끈다. 팬데믹 이후 재택·유연 근무 등을 강화했던 빅테크들이 대면근무·주 6일 출근 등으로 근무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변화가 상징적이다. 외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브린 공동 창업자는 최근 AI인 ‘제미나이’ 개발부서에 주 60시간 근무를 독려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적어도 평일에는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이 좋고, 주당 60시간이 생산성의 최적점이다”고 강조했다. 주 5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2시간을 일하자는 주문이다. 구글의 검색 책임자는 지난해 제미나이의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직원들이 주당 100시간이었던 근무 시간을 120시간으로 늘렸고, 그 결과 열흘 만에 문제의 80%를 해결했다는 증언도 했다.
구글뿐만 아니다. 중국 딥시크 AI의 충격이 큰 오픈AI에선 주 6일 출근에, 매일 퇴근 시간을 한참 넘겨 일하는 모습이 흔하다. 샘 올트먼 CEO가 혹독한 개발 일정을 독촉하고 있어서다. 일론 머스크의 xAI도 다르지 않다. 공동 창업자인 그레그 양은 지난해 말 새벽 3시14분에 ‘일하는 사람 손 들어’라는 메시지를 올렸는데, 댓글이 잇따랐다고 한다. 이 회사는 두 달 후 추론 능력을 강화한 AI ‘그록3’를 내놓았다. 또, 중국에선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일한다는 뜻인 ‘996 근무’가 이미 업계의 관행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과 너무 대조된다. 세계 대전이 치열한 반도체만 해도 대만·미국·중국·일본 등 경쟁국들은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반면, 우리는 연구·개발조차 일률적인 주 52시간 근로제에 막혀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편법으로 장관 고시를 고쳐 예외적으로 주 64시간까지 허용하는 특별 연장 근로 기간을 늘려 숨통을 겨우 텄지만, 근본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연간 90일 한도에서 6개월마다 인가를 받는 번잡한 절차 자체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에 노동계에선 주 4일제 등을 요구하고, 야권은 이에 동조해 친노동 입법을 더 강화할 태세다. ‘워라밸’이 추세라고 하지만, 중소기업은 유연근무제 같은 것은 엄두도 못 내는 게 현실이다. 일이 더 필요한 분야와 기업은 일을 더 할 수 있게 뒷받침돼야 한다. 로봇에 맡길 수 없는 일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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