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해동의 미국 경제 읽기

미국이 동부시간 기준으로 지난 5일 10%의 기본 관세를 발효했다. 9일에는 국가별 상호관세(10%+α)도 발효할 예정이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반발해 10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4%의 ‘맞불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유럽연합(EU) 가입국 등 다른 나라도 “보복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격앙된 분위기다.

미국 주식시장 등 세계 금융시장은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지 않았는데도 패닉(공황) 상황을 맞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가 등이 급변하고 있는데, 금융지표 악화가 오랜 기간 이어지지 않고 진정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계속될 경우 미국 관세정책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미국 경제는 성장률 전망치가 뚝뚝 떨어지면서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물가 상승 리스크(위험)도 크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악화하면 정부는 재정 투입을 늘리거나, 금리를 인하하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갖게 된다. 그러나 가뜩이나 재정 적자가 천문학적인 상황에서 앞으로 감세(減稅) 정책까지 펼쳐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재정 확대 정책을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하 카드밖에 없다.

오랜 투쟁을 통해서 ‘정부 내에서의 독립(independent within government)’을 쟁취한 Fed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순순히 들을지 의문이지만, 금리 인하 카드가 만병통치약인 것도 아니다.

미국 물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안 그래도 물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Fed의 금리 인하 횟수가 늘어날 경우 예상보다 시중 유동성(돈)이 증가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4월에는 없고, 오는 5월 6∼7일 열릴 예정이다. Fed가 조기 금리 인하 시그널(신호)을 준다면 금융시장은 환호하겠지만,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낸다고 하더라도 시장 불안을 근본적으로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조해동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