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철환의 음악동네 - 조째즈 ‘모르시나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세대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20대 아들은 ‘그게 노래 제목인가요’(냉소), 50대 아버지는 ‘가수는 가물가물한데 노래는 많이 들어봤죠’(무덤덤), 반면에 80대 할아버지는 총기를 되찾는다. ‘곽순옥이 히트시킨(1964) 걸 패티김이 나중에 또 불렀지. 이산가족 찾기(1983) 할 때 맨날 방송(KBS)에도 나왔잖아’(격앙) 이만하면 가요박물관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어도 노인을 위한 노래는 있다. ‘곽순옥 가수 인상이 수더분했지’ 노랫말 ‘얌전한 몸매에 빛나는 눈’이라는 부분이 사진 속 가수의 이미지와 닮았다.
실제로 만난 적 없는데 얼굴도 이름도 기억해주니 가수는 보람도 부담도 다 가진 직업이다. 사실 이 동네에선 얼굴, 이름보다 노래가 신분증이다. 얼굴 없는 가수와 이름 없는 가수가 널렸다. 둘은 비슷한 듯 다르다. 얼굴 없는 가수에겐 계획이 있다. 노래를 앞세우고 얼굴은 뒤로 숨긴다. 때가 되면 ‘짠’하고 나타날 심산이다. 이른바 신비주의 전략이다. 이름 없는 가수라고 계획까지 없겠는가. 그들에겐 희망이 자산이다. 때가 되면 알아주겠지. 그러나 마주한 현실은 냉랭하다. 해질 무렵에서야 안다. 때가 되면 세상이 알아주는 게 아니라 알아주는 사람이 많아지면 때가 되는 거구나. 그런데 나는.
20세기 가요계의 마지막 황태자라 불렸던 조성모도 처음엔 얼굴 없는 가수였다. 어느 날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더니 1999년 가요대상을 모조리 거머쥐었다. 혹시 이 노래 기억나는가. ‘모르셔도 난 괜찮아요. 그댈 향한 그리움의 힘으로 살아왔던 거죠.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죠’ 제목은 ‘아시나요’(‘모르시나요’ 반대)다. 애절함 속에 가수라는 직업의 운명이 한 줄로 녹아있다.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죠’ 여기서 그대는 작사가·작곡가 그리고 노래의 가치(작품성·상품성)를 인정한 제작자, 방송(유통) 관계자, 물론 최종적으론 음악향유자(대중)다.
시간 공간 인간은 운명의 3요소다. 그때 거기서 그분을 만나는 게 중요한 건 음악동네도 마찬가지다. 본인을 ‘목소리로 얼굴을 이긴 가수’로 (겸손하면서 자신감 넘치게) 소개하는 조째즈(조홍준·1985년생)가 만난 귀인은 ‘모르시나요’(원곡 다비치)를 작사·작곡한 안영민(로코베리)이다. 음악과 음식이 공존하는 라이브 바를 찾아준 손님(그분) 앞에서 문제의 그 노래를 불렀는데 그게 이른바 ‘별의 순간’이 된 것이다. 스무 살 언저리부터 버스킹하고 ‘슈퍼스타K 3’(2011) ‘판타스틱듀오’(2016) 심지어 ‘미스터트롯 2’(2022)에도 나왔다. 단지 골계미(유머)의 장식으로 배치되던 그가 웃음기 쫙 걷어낸 ‘모르시나요’로 음원시장을 달구더니 지난달(3월 22일) ‘불후의 명곡’(작곡가 윤명선 편)에선 이승철의 ‘서쪽 하늘’로 린(‘엄마 아리랑’)을 물리치고 우승 트로피까지 받았다.
연예계엔 폭풍 성장도 있지만 폭풍 소멸도 많다. 분명한 건 과거는 현재의 재료이고 현재는 미래의 요소라는 사실이다. 유재석도 메뚜기 탈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 영상을 죄다 지우고 싶을까. 아니다. 그는 즐겁게 열심히 살아남음으로써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속담을 깔끔하게 전복시켰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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