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유럽에 서한 보내 외교적 마찰
애플·스타벅스 등은 DEI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PC(정치적 올바름)주의 기조에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폐기하는 미국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하자마자 연방정부 DEI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정부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도 불법적인 DEI로 인한 차별과 특혜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DEI를 채택한 기업들이 차별적이며 미 법무부가 이 같은 정책이 위법인지 조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DEI 폐기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당선된 이후 뉴욕 증시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위 4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90% 이상이 연례보고서에서 DEI와 관련한 용어를 삭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인 2021∼2024년 DEI 관련 조항을 일부 삭제한 기업이 20곳에 그친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미국의 대표적 빅테크 기업인 구글과 메타도 DEI를 폐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부응했다. 이들 기업 중 구글은 2020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인종 불평등 해소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2025년까지 ‘과소대표 집단’ 출신의 임원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반면 애플, 스타벅스, 델타항공, 코스트코 등 DEI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팀 쿡 애플 CEO는 DEI에 대해 “애플의 강점은 다양한 배경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혁신을 위해 모이게 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반기를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각국 주재 미 대사관을 통해 유럽 기업들의 DEI 폐기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 외교적 마찰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낸 서한에는 미국 외의 기업이라도 미국 정부의 공급업체나 서비스 제공업체인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적용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성, 소수 인종, 장애인 고용을 인구비례 수준과 일치하도록 하려는 정책을 펴온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DEI 폐기 요구가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맥심 프리봇 벨기에 부총리는 성명을 내고 “기업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이 종료된다면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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