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hy - PC주의 역풍 확산 왜?
인종 · 여성 등 차별 반대 철학
美정치 · 경제 · 사회에 큰 영향
DEI 등 정부 운영기조로 발전
디즈니 백설공주 등 ‘라틴워싱’
트랜스젠더가 여성 경기서 金
법원 “대입 소수인종 우대 위헌”
긍정적 의미로 쓰였던 ‘Woke’
PC주의자 비꼬는 용어로 변질
트럼프 “낭비적 특혜 종식할것”
지난달 19일 개봉했던 디즈니의 ‘백설공주’ 실사판 영화가 혹평 속에 영화관에서 사라졌다. 디즈니가 PC(정치적 올바름)주의를 내세워 백인이 아닌 라틴계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왕자를 없앴지만, 오히려 PC주의에 매몰돼 반PC주의에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때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서 환영을 받았던 PC주의가 최근 들어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러한 PC주의에 대한 반발에 대해 강박적인 PC주의로 PC주의가 방향성을 잃으면서 보수세력의 반격을 허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PC주의와 DEI 프로그램 = PC주의는 ‘Political Correctness’의 줄임말로 우리말로는 ‘정치적 올바름’으로 해석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저항하거나 이를 바로잡으려는 운동과 철학을 의미한다. 이에 PC주의는 인종·동성애·여성 등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는 활동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그 개념이 환경 및 다문화주의 등을 포괄하게 됐다. 인류가 보편적으로 타당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추구하는 이념 혹은 운동으로 확산한 것이다.
PC주의는 특히 미국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미국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 영향을 끼쳤다. 각종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고, 정치계에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 정치인들이 등장했다. 백인이 장악했던 할리우드에선 흑인·여성·동성애자가 주인공인 드라마와 영화가 만들어졌다.
PC주의는 특히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전개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이후 하나의 철학·운동에서 미국 사회에 영향을 주는 정책으로 발전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당시 D(diversity·다양성), E(equity·형평성), I(inclusion·포용성)의 앞머리를 딴 DEI 프로그램을 정부 운영 기조로 삼았고, 미국 내 수많은 기업이 정부 기조에 맞춰 경영을 해왔다. 메타, 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최고다양성책임자(CDO·Chief Diversity Officer)를 임명해 조직적 변화를 추진하는 등 DEI 정책의 선봉장이 되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PC주의에 따른 역차별 논란 = 하지만 절대선으로 여겨졌던 PC주의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이들은 PC주의와 DEI 정책이 도리어 ‘능력주의’를 훼손하고, ‘백인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초래했다며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2023년 미 연방대법원은 대학 입시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존 로버츠 미 대법원장은 “오랫동안 대학들은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려왔다”며 “학생들은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대우해야 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교육 현장이 공평하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우대 정책을 통해 인종차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소수자 우대 정책은 소수 인종을 구별 짓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 할리우드의 PC주의 매몰도 이러한 역풍에 원인이 됐다. 할리우드 영화에는 수년 전까지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이 논란이었다. 백인인 스칼릿 조핸슨이 ‘공각 기동대’의 동양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등 유색인종 역할을 백인이 맡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이 과해지면서 작품의 내용, 배역에 관계 없이 무조건 흑인을 등장시키는 ‘블랙 워싱’(black washing), 라틴계 배우를 캐스팅하는 ‘라틴 워싱’(latin washing)이 유행처럼 번졌다. 디즈니는 ‘인어공주’ ‘백설공주’의 주연으로 각각 흑인과 라틴계 배우를 캐스팅하며 과도한 PC주의로 원작을 훼손했다는 비판과 함께 역풍을 자초했다. 넷플릭스는 ‘퀸 클레오파트라’에서 클레오파트라에 흑인 여배우를 캐스팅하면서 이집트의 반발을 샀다.
성전환 선수들의 여성 경기 출전도 사람들이 PC주의에 회의를 느끼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알제리 출신의 트랜스젠더 선수 이마네 켈리프는 복싱 66㎏ 종목에 참가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켈리프가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밝혀지며, 성 정체성과 스포츠 공정성 사이 가치 추구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처럼 PC주의에 대한 회의가 커지자 보수층의 공격이 거세졌다. 보수층은 PC주의를 내세운 인사들을 겨냥해 ‘워크’(woke)라고 비꼬았다. ‘워크’는 본래 미국 인권운동에서 처음 언급됐으며 ‘각성한’ ‘깨어있는’ 등의 뜻으로, 사회적 불의를 인식하고 있다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됐다. 하지만 PC주의가 확산하면서 과도한 PC주의자를 비아냥거리는 의미로 변질됐다.

◇반(反)PC주의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 = PC주의에 대한 반발을 타고 백악관에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제도화된 DEI 프로그램 상당수를 폐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당국은 공식적으로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性)만 인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 성’ 대신 ‘생물학적 성’을 우선시하겠다며, 정부 기관에 ‘성별’(gender) 대신 ‘성’(sex)이라는 용어 사용을 의무화했다. 그는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의 여성 스포츠 경기 참가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로써 공립 초·중·고교와 거의 모든 미국 대학에서 여성 운동 선수에 대한 남성의 공격이 사실상 종식될 것”이라며 “여성 스포츠는 여성만을 위한 것이다. 만약 놓친 부분이 있다면 명령을 통해 신속하게 보완하겠다”고 부연했다. 또 군의 전투력 강화를 내세워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와 입대를 금지했으며, 군내 DEI 정책을 폐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랜스젠더, 여군을 더욱 포용하는 군대를 만들기 위한 바이든의 노력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급진적이고 낭비적인 DEI 프로그램 및 특혜를 종식한다”며 “인종과 무관한, 능력 위주의 사회를 장려할 것”이라고 기업을 향해서도 DEI 폐기를 촉구했다.
이에 미 정부는 이번 백설공주 영화로 PC주의 논란을 일으킨 디즈니에 대해 칼날을 겨누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최근 밥 아이거 디즈니 대표에게 공식적으로 ‘디즈니와 ABC가 정부의 DEI를 근거로 본 당국의 균등 고용 기회 관련 규정을 위반했는가에 대해 심층적으로 확인하겠다’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발송했다.
정지연 기자 jjy072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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