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이 외국 무기를 들여올 때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교역 형태인 ‘절충교역’이 무역장벽이라며 K-방산에 견제구를 날렸다. 자국 방산업체를 보호하고 떠오르는 K-방산 성장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해 대책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지스급 구축함 건조 등 본격적인 미국 함정시장 진출을 위한 ‘한미 함정동맹’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한미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국방 분야 자유무역협정(FTA)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이 무기거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전술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은 우리의 절충교역제도와 유사한 ‘미국산 우선구매법(BAA)’에 따라 미국산이 아닌 경우 차별적인 추가 비용(50%)을 부과해 외국산 제품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미국산 부품 사용 비율은 2024년 65%, 2029년 75%로 상향되는 추세다. 미국은 28개국과 RDP-A를 체결하고 있다.

한국산 함정 등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RDP-A를 체결하지 않고서는 가격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아 수출이 어렵다. 실제 미국 방산 수입의 90.2%를 미국과 RDP-A를 체결한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 주요 방산 15개 국가 중 미국과 RDP-A를 체결하지 않은 주요 우방국은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이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분야 외 이지스급 구축함 건조에서 한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RDP-A 적용이 필요한 것은 현재로서는 미국이다. RDP-A 협상을 조금 더 유리한 형국으로 끌어가고자 절충교역을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입장에선 RDP-A를 빨리 체결해야 하는데 계엄 사태로 인한 국정 컨트롤타워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협력을 거론한 함정 건조사업의 경우 앞으로 미국이 함정 수주를 본격화하면 RDP-A 체결 국가가 가격경쟁력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미국 함정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이지스급 구축함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미국을 제외하고 한국과 일본이 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데, 일본은 RDP-A 체결 국가라 입찰 경쟁 시 가격경쟁력에서 우리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미국이 지난해 1월 처음 발표한 국가방산전략서(NDIS)는 ‘21세기형 방위산업 생태계 현대화’ 달성을 위해 우방국과의 생산 및 공급망 강화 등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NDIS가 향후 방산 협력을 강화해 나갈 10여 개 우방국에 한국을 명기했다는 점에서 한미 방산 협력에 대한 미국의 기대가 작지 않다. 세계 방산 수출국 9위에서 4위로 도약하려면 한미 RDP-A의 조속한 체결과 더불어 절충교역 역시 단순 조립생산 참여나 부품 제작 수출을 벗어나 T-50(고등훈련기) 개발 성공 사례에서 보듯 기술 협력을 통한 양국 공동 개발과 공동 수출 전략으로 도약이 필요하다.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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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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