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콜라텍에서 사람들이 짝을 지어 춤을 추고 있다. 노수빈 기자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콜라텍에서 사람들이 짝을 지어 춤을 추고 있다. 노수빈 기자


집회 사라지자 콜라텍에서 외로움 달래는 6070
댄스 파트너 구할 때 탄핵 찬반 여부 묻기도


“마음 맞는 친구들 만나는 재미로 나가던 집회도 이제 못 나가니 허탈해…. 편히 사람 사귈만한 곳은 여기뿐이야.”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콜라텍에서 만난 A(71) 씨는 반짝이는 조명 아래 춤을 추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탄핵 찬반 집회 열기가 사그라들자 시위에 참여했던 일부 6070 세대들이 콜라텍으로 모이고 있다. 같은 정치 성향을 가진 이들과 쉽게 교류할 수 있었던 집회가 사라지자, 고령층이 외로움을 달랠 장소로 콜라텍이 각광받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콜라텍엔 파란 지폐 1000원권 2장을 쥔 중장년층의 발걸음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제각기 프릴 원피스, 빨간 정장, 뾰족 구두 차림으로 멋을 낸 모습이었다. 20평 남짓 무대에는 트로트 노래에 맞춰 50여 명의 사람들이 둘씩 짝을 지어 춤을 추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콜라텍을 찾는다는 60대 여성 B 씨는 “집회에서 정치 성향이 맞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더 즐겁다고 느껴, 이제는 댄스 파트너를 구할 때도 탄핵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마음이 맞아야 스텝도 잘 맞는다”고 너스레를 떨며 무대로 향했다.

콜라텍은 콜라와 디스코텍의 합성어로, 1990년대 유행했던 나이트클럽의 일종이다. 술 대신 콜라를 판매하는 등 청소년이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을 표방하며 시작됐지만, 청소년들의 놀이 문화가 SNS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현재는 중년들의 ‘만남의 광장’으로 재탄생했다.

집회 현장처럼 콜라텍에서 정치 성향이 비슷한 이들끼리 만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곳을 처음 방문했다는 한 60대 남성은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자고 권유했다가 주변 친구들과 교회 지인들 모두 멀어져, 나와 맞는 새로운 사람을 찾기 위해 왔다”며 “춤추면서 신나게 몸을 흔드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다”고 웃어 보였다.

춤보다 콜라텍 내부의 식당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경기 안산시에서 왔다는 이모(74) 씨는 “춤 출 때는 다들 한 마디 없어도 식당에 모이면 정치 얘기가 시작되고 술에 취해 말다툼까지 자주 일어난다”면서 “자연스럽게 정치 성향 맞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뒤풀이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노수빈 기자
노수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