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성민의 Deep Read - 조기 대선 3대 시나리오
이재명 1인에 대한 ‘찬반투표’ 성격의 대선… 국민의힘은 리더십 위기에 후보 난립까지
대세론 탄 李의 승리 가능성 크지만… 反이재명 세력 극대화하는 구도 성립되면 변수


◇대선의 유형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대선은 몇 가지 유형이 있다. ①압도적 1위 후보가 대세론으로 여유 있게 승리한 대선(2007·2017년) ②팽팽한 양자 대결로 박빙의 결과를 부른 대선(2002·2012·2022년) ③치열한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된 대선(1987·1992·1997년).
6·3대선은 어떻게 전개될까.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①이재명이 여유 있게 승리하는 시나리오(2007년 모델) ②진영 결집과 후보 단일화로 박빙 승부가 되는 시나리오(2002·2012·2022년 모델) ③개혁신당 이준석이 보수 이탈층을 막아주는 저수지 역할로 ‘반이재명’ 세력을 극대화하는 시나리오(1997년 모델).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2007년 모델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과 여권의 분열, 야당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압도적 지지율이 지금과 닮았다. 반노(반노무현) 주자인 정동영이 후보가 되자 친노 지지층 상당수가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투표율로는 이례적으로 낮은 63%였다. 한나라당 이명박 48.67%,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26.14%, 무소속 이회창 15.07%였다. BBK나 도곡동 땅과 관련한 이명박의 법적·도덕적 리스크는 전혀 변수가 되지 않았다. 정권심판 구도가 인물과 이슈를 압도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기대한 시나리오는 치열한 경선을 치른 이명박과 박근혜가 분열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분열하지는 않았다. 뒤늦게 출마한 무소속 이회창의 도움 요청을 박근혜는 끝까지 외면했다.
◇1st 시나리오
미국 대선이든 한국 대선이든 경선에서 갈라설 듯 싸우고도 본선에서 협력하면 오히려 선거에 도움된다. 대체로 (정권을 찾아오라는 지지층의 압력 때문에) 야당일 때 그렇다. 2007년 이명박과 박근혜, 2008년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그런 경우다.
한 달 안에 후보를 뽑아야 하는 국민의힘에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은 위기를 상징한다. 후보 난립은 압도적 강자가 없고, 후보 난립을 조정할 리더십이 없으며, 노선 갈등 요인이 상존한다는 점에서는 위기의 징표로 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리더십·노선·지지기반이 흔들리는 3중 위기다. 이재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항소심 무죄 선고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파면 결정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9분 능선을 넘어가는 상태다. 그런데도 아직 국민의힘에서는 비상계엄 옹호·탄핵반대·부정선거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Yoon Again’ 같은 주장이 나오는 형국이다.
선거에서 타깃 전략은 네 가지다. ①나에 대한 지지 강화 ②나에 대한 반대 약화 ③상대에 대한 반대 강화 ④상대에 대한 지지 약화. 이번 대선이 ‘이재명이냐 아니냐’의 구도이므로 국민의힘 전략은 ③④②①순으로 하는 게 맞는데, ①로 이길 수 있다는 망상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
◇2nd 시나리오
두 번째 시나리오는 6·3대선에서 박빙 승부를 연출한 2002년(2.3%포인트 차 노무현 승리)·2012년(3.53%포인트 차 박근혜 승리)·2022년(0.73%포인트 차 윤석열 승리) 대선 모델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세 선거의 공통점은 후보 단일화다. 2002년 대선은 노무현·정몽준 간의, 2012년엔 문재인·안철수 간의, 2022년엔 윤석열·안철수 간의 단일화가 있었다.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승리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2002년 노무현과 2022년 윤석열은 이겼지만 2012년 문재인은 졌다. 2012년 민주당은 후보 전술에 불과한 단일화를 ‘전략적 단일화’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했다. 전략적 단일화는 ①두 후보의 지지기반이 겹치지 않고 ②패배한 후보 지지층 70% 이상이 단일후보 지지로 이동하며 ③단일화하는 순간 승리가 결정되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987년 김영삼과 김대중이 단일화했다면 유일한 전략적 단일화가 될 뻔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①은 충족했지만 ②③은 충족하지 못한 ‘전술적 단일화’였다. 전략적 단일화는 승리의 충분조건이지만 전술적 단일화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②는 충족했지만 ①③은 충족하지 못했다. 2022년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는 ①은 충족했지만 ②③은 충족하지 못했다. 만약 국민의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하더라도 전략적 단일화는 될 수 없다.
◇3rd 시나리오
세 번째 시나리오가 있다. 6·3대선은 ‘윤석열 탄핵’ 이후 대선이라 ‘박근혜 탄핵’ 직후의 2017년 대선과 비교되곤 하지만, 냉정하게 살펴보면 1997년 대선과 더 닮았다. 야권의 유력 주자인 김대중이 지금 야권의 최강 주자인 이재명처럼 압도적 1위였던 반면, 한나라당은 9룡으로 분산돼 있었다. 이회창이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7월 21일 이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이회창 37.9%, 김대중 25.5%, 김종필 6.4%였다. 같은 조사에서 김대중과 김종필의 후보 단일화를 상정한 양자 대결에서는 이회창 47.2%, 김대중 33.1%로 이회창의 압승으로 나왔다.
그러나 경선 직후 터진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역 이슈가 판을 흔들었다. 특히 이인제가 출마선언을 한 직후 조사에서는 이회창 18.3%, 김대중 29.9%, 김종필 3.3%, 조순 11.6%, 이인제 21.7%로 판이 바뀌었다. 이회창과 조순 후보 단일화 이후 11월 15일 조사에서는 이회창 24.4%, 김대중 34%, 이인제 23.7%로 이회창이 이인제를 앞섰다. 최종적인 대선 결과는 김대중 40.3%, 이회창 38.7%, 이인제 19.2%였다. 비록 김대중이 승리했지만 지지율은 40% 벽에 갇혀 있었다. 이인제가 무너진 보수의 둑에서 흘러나온 물을 가두는 저수지 역할을 한 것이다.
2024년 22대 총선 당시 조국혁신당이 친문 지지층 이탈을 막아주는 ‘저수지’ 역할로 민주당 승리에 기여한 것처럼, 개혁신당 이준석이 반윤·반명 지지층의 투표 이탈을 막는 저수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9분 능선에 이르렀지만 아직 정상에 오른 것은 아니다. 마지막 고비가 남았다.
정치컨설팅 민 대표
■ 용어설명
‘배리 골드워터’는 미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완고한 재정 보수주의자로 1964년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로 선출됨. ‘골드워터 대 골드워터’의 대선으로 불렸지만, 린든 존슨에게 큰 격차로 패함.
‘Yoon Again’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파면 결정 이후 그의 정치적 복귀를 염원하거나 그와 연관된 정치적 영향력을 지속시키려는 움직임. ‘윤석열 신당’ 창당론도 같은 맥락.
■ 세줄요약
대선의 유형들 : 6·3대선은 ‘이재명이냐 아니냐’의 단순 구도. 즉 ‘이재명 대 반이재명’의 구도이자 ‘이재명 대 이재명’의 싸움임. 이는 이재명 1인에 대한 ‘찬반투표’의 성격을 가짐. 6·3대선엔 세 가지 시나리오 있어.
세 가지 모델 : ①이재명이 여유 있게 승리하는 시나리오 ②진영 결집과 후보 단일화로 박빙 승부가 되는 시나리오 ③3파전에서 이준석이 보수 이탈층을 막는 저수지 역할로 ‘반이재명’ 세력을 극대화하는 시나리오.
최강 주자의 고비 : 이재명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이며 이미 9분 능선을 넘어가는 상태. 하지만 아직 모든 장애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님. 3파전에서 이준석의 역할 여부가 막판 변수로 떠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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