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반성 발진과 고열, 기침을 동반하는 홍역이 유럽과 미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유행하면서 외국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홍역 확진자가 늘어나자 방역 당국이 해외로 떠나기 전에는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홍반성 발진과 고열, 기침을 동반하는 홍역이 유럽과 미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유행하면서 외국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홍역 확진자가 늘어나자 방역 당국이 해외로 떠나기 전에는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게티이미지뱅크


■ 올해 국내 25명 발병… 13명이 베트남서 유입

감염땐 10~14일 잠복기 뒤 증상
온몸에 ‘홍반성 발진’ 퍼지기도
환자 1명이 12~18명 감염시켜
영유아는 중증으로 발전 가능성

백신 1차례만 맞아도 93% 예방
해외여행 전에 접종하는 게 중요


최근 세계 각국에 홍역이 확산된 데 이어 국내에선 베트남 방문 이력을 가진 홍역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홍역은 호흡기 감염병 중에서 가장 전파력이 센 만큼 면역이 없는 사람은 쉽게 감염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유럽 홍역 환자 수가 25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외국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사례가 늘어나자 방역당국은 출국 전에 백신 접종을 할 것을 권고했다.

1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 홍역환자는 총 25명이다. 이중 베트남 유입 확진자는 절반가량인 13명이다. WHO에 따르면 베트남은 공식 홍역 환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아니다. 하지만 베트남 유입 홍역 환자가 자꾸 나오는 이유는 베트남이 국내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국가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청 관계자는 최근 브리핑에서 “국내에서 환자가 발생해 전파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고 해외에서 감염된 뒤 국내에 돌아와 전파가 일어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백신 접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홍역은 콜레라, 수두, 장티푸스 같은 2급 법정감염병이다. 주로 기침을 통해 공기 중에서 전파된다. 환자 한 명이 감염시키는 평균 사람 수인 ‘기초 감염재생산지수’는 12∼18이다. 코로나19바이러스가 2.5∼10인 걸 감안하면 상당히 높다.

홍역에 걸리면 잠복기(10∼14일) 후 증상이 나타난다. 고열, 기침, 콧물 등 감기와 유사해 일반 호흡기 질환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홍반성 발진을 동반하는데 온몸으로 퍼질 수 있다. 영유아는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폐렴 등 합병증이 생기면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홍역은 백신만 맞으면 예방이 가능하다. 다만 홍역 백신 1차 접종 시 93%, 2차 접종 시 97% 감염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을 제때 맞는 게 중요하다. 홍역 백신은 12∼15개월에 1차 접종, 4∼6세에 2차 접종이 가능하다. 1세 미만이더라도 해외 출국 전 ‘가속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최근 홍역 유행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중에 홍역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면서 면역이 줄어든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홍역 환자는 2022년 17만 명, 2023년 32만 명, 지난해 33만 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홍역 환자 수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 순으로 많지만 국내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동남아시아와 서태평양 지역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필리핀(4001명), 말레이시아(3753명), 베트남(2105명), 중국(1026명) 순으로 확진자가 발생했다.

미국에선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가 잇따라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22개 주에서 홍역 감염 사례 총 607건이 보고됐다. 이 중 93%인 567건이 집단 감염과 연관됐다. 주로 백신을 맞지 않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확산됐다. 감염자의 32%는 5세 미만, 40%는 5∼19세였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사망자는 3명인데 이들 중 2명은 6세, 8세 여아다. 사망자 모두 홍역 백신을 맞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내 홍역 사망자 발생은 10년 만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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