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티 셰플러(오른쪽)가 아들 베넷을 안고 아내 메러디스와 함께 1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파3 코스에서 열린 파3 콘테스트 1번 홀을 걷고 있다.  UPI 연합뉴스
스코티 셰플러(오른쪽)가 아들 베넷을 안고 아내 메러디스와 함께 1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파3 코스에서 열린 파3 콘테스트 1번 홀을 걷고 있다. UPI 연합뉴스


■ 마스터스 오늘밤 개막…‘시그니처 이벤트’로 분위기 띄워

가족들 녹색 모자에 흰색 캐디복
아이들 9개홀 돌며 ‘재롱 잔치’
안병훈 “아들이 연습대로 잘 해”

선수 91명중 19명만 스코어카드
에차바리아, 2차 연장끝에 우승
브래들리·호지·켑카는‘홀인원’


올 시즌 첫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를 앞두고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강력한 우승후보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참가선수들이 경쟁은 잠시 미루고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1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 자리한 파3 코스(파27)에서 열린 파3 콘테스트에서 니코 에차바리아(베네수엘라)가 2차 연장 끝에 J J 스펀(미국)을 제치고 우승했다. 에차바리아와 스펀은 5언더파로 공동 선두에 등록, 연장전을 치렀다. 1차 연장에서 나란히 파를 적어낸 에차바리아와 스펀은 2차 연장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에차바리아는 버디를 챙겼지만 스펀은 보기를 기록했다.

로리 매킬로이(오른쪽)는 9번 홀에서 칩샷을 한 후 딸 포피와 공을 바라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로리 매킬로이(오른쪽)는 9번 홀에서 칩샷을 한 후 딸 포피와 공을 바라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하지만 에차바리아의 우승보다 선수들과 함께 출전한 아이들이 주인공이었다. 아이들은 흰색 캐디복을 착용, 아버지와 9개 홀을 돌며 귀여운 모습으로 분위기를 돋웠다. 파3 콘테스트는 마스터스 개막을 하루 앞두고 진행하는 ‘시그니처 이벤트’로, 출전 선수들은 아내·자녀·여자친구·형제 등을 캐디로 동반하는 게 전통이다. 그래서 경쟁보다는 가족 잔치에 더 어울린다. 패트론(갤러리)들은 선수들의 샷보다 그들의 자녀가 펼치는 재롱에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도 대체로 성적에 집착하지 않고 파3 콘테스트를 즐긴다. 선수들은 9개 홀을 모두 마쳐야 스코어가 인정된다. 그리고 동반한 가족 혹은 지인이 대신 샷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기에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지 않는 선수가 많다. 올해에는 91명의 선수가 출전한 가운데 19명만이 스코어 카드를 적어냈다. 특히 파3 콘테스트는 우승 선수가 본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있다.

안병훈(왼쪽)은 아들 선우 군에게 퍼트를 지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안병훈(왼쪽)은 아들 선우 군에게 퍼트를 지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마스터스 2연패를 노리는 세계랭킹 1위 셰플러도 잠시 경쟁을 잊었다. 셰플러는 아내 메러디스, 아들 베넷과 함께 참여했다. 지난해엔 메러디스가 임신으로 마스터스를 방문하지 못했다. 셰플러는 지난해 정상에 올랐고, 한 달 뒤인 5월 베넷을 낳았다. 3인 가족이 된 후 처음으로 마스터스를 찾은 셰플러 가족은 쉬지 않고 웃었다. 흰색 캐디복을 착용한 베넷은 그린 위에서 골프공을 가지고 놀았다. 특히 골프채 그립을 입으로 물고 있는 모습은 눈길을 끌었다.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는 아내 에리카, 딸 포피와 함께했다. 5살 포피는 다소 긴 장거리 퍼팅을 성공시켜 박수를 받았다. 함께 라운드를 즐긴 매킬로이의 절친 셰인 라우리(아일랜드)는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매킬로이 가족의 화목한 모습은 지난해엔 상상하기 어려웠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마스터스 다음 달인 5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가 6월 취하했다. 매킬로이는 그러나 올해엔 에리카와 다정한 모습으로 팬들을 안심시켰다.

안병훈도 아내, 아들, 딸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들 선우 군은 아빠 대신 샷을 시도하기도 했다. 안병훈은 “(아들이) 잘 쳤다. 연습도 많이 했다. 몇 주 동안 연습을 했는데, 내가 봤을 땐 잘했다”며 “거의 매 홀 쳤는데, 드라이버가 생각만큼 잘 나왔다”고 말했다. 또 “초반에 (아들이) 많이 치고 싶어 했는데, 못 치게 해서 심술이 난 것 같다”며 “마지막 4∼5개 홀을 치게 해줬더니 재밌게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파3 콘테스트에선 3개의 홀인원이 나와 패트론의 감탄을 끌어냈다. 가장 먼저 키건 브래들리(미국)가 6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2023년 파3 콘테스트 우승자 톰 호지는 4번 홀에서 두 번째 홀인원,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는 6번 홀에서 세 번째 홀인원을 달성했다. 1960년 시작한 파3 콘테스트에서 홀인원은 총 115차례 나왔다. 특히 2016년엔 역대 최다인 9개의 홀인원이 작성됐다.
허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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