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 청보리밭
전북 고창 청보리밭


■ ‘화려함 절정’ 전국 봄꽃 여행지

고창 선운사 뒤편엔 붉은 동백
무장면 학원농장 ‘청보리 물결’

태백 분주령 5월 ‘야생화 융단’
금대봉 자생 풀꽃만 900여종

완주 ‘화산 꽃동산’ 무료 입장
숲길 지나 철쭉 · 꽃잔디 가득

금산 보곡산골 압도적 산벚꽃
신록과 대비 돼 더 눈부신 절경


벚꽃이 끝나고 난 뒤에도 봄꽃은 아직 한참 더 남았다. 벚꽃이 지고 나면 배꽃이, 배꽃 질 무렵에는 복사꽃과 사과꽃으로 이어진다. 늦은 봄까지 정염을 불태우는 동백도 있다. 봄에는 꽃만 있는 건 아니다. 진초록 보리밭의 정취도 못지않다. 봄의 화려함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전국의 봄꽃 여행지를 골라봤다.

전북 고창 선운사 동백꽃
전북 고창 선운사 동백꽃


# 초록의 보리밭과 붉은 동백숲… 전북 고창

전북 고창만큼 다양한 봄의 색을 가진 곳이 있을까. 고창의 봄은 화려하다. 선운사의 붉은 동백과 무장면 학원농장의 초록 보리밭, 그리고 뒤이어 피는 고창읍성의 철쭉이 더해진다. 고창 선운사의 동백은 꽃이 늦어 봄이 한껏 무르익을 때까지 꽃을 볼 수 있다. 겨울이 아니라 봄에 꽃이 피니 동백(冬栢)이 아니라 ‘춘백(春栢)’이란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천년 사찰의 배경으로 모가지째 후드득 떨어지는 동백꽃의 처연함은 선운사의 보물과 다름없다. 선운사 뒤편 동백숲에는 하루하루 봄이 깊어가면 모가지째 떨어진 붉은 동백꽃이 양탄자처럼 깔린다.

고창에는 봄이 절정을 넘길 무렵에 폭죽처럼 꽃을 피우는 철쭉도 있다. 고창읍성 성곽을 따라 붉은 철쭉꽃이 산허리를 휘감아 돈다. 마치 성곽을 진한 물감으로 물들인 듯 선명한 붉은 색감이 인상적이다. 고창읍성의 철쭉은 동쪽 치성에 올라서 보는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 ‘보리나라 학원농장’은 15만 평의 넓은 들녘을 보리의 물결로 가득 채운 보기 드문 대농원. 보리 수확이 끝나면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엔 메밀이 들녘을 차지한다.

강원 태백 금대봉 야생화 군락지
강원 태백 금대봉 야생화 군락지


# 야생화 천국… 강원 태백 분주령

강원 태백의 분주령은 야생화의 보고다. 5월이면 일부러 가꾼 꽃밭보다 더 화려하게 자라난 야생화들이 마치 융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펼쳐지는 곳이다. 해마다 5월이면 누구든 소매를 붙들고 데려가서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분주령 트레킹은 산길을 걸으면서 봄꽃을 보는 코스다. 트레킹을 출발하는 곳이 거의 고갯마루 높이 정도 되니 내내 편안한 내리막을 걷는다.

두문동재터널 위의 옛길 정상에서 시작해 금대봉을 거쳐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로 내려가는 분주령 트레킹 코스는 6.6㎞ 남짓이다. 이 길 위에는 봄이면 제비꽃, 노루삼, 현호색, 얼레지, 양지꽃, 피나물, 노랑무늬붓꽃 등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금대봉과 분주령에 자생하는 풀꽃은 900여 종에 달한다. 그냥 걸어도 좋지만, 식물도감 한 권쯤 챙겨 꽃 이름을 찾아봐 가며 걷는 편이 훨씬 더 즐겁다. 분주령은 자연 생태계 보존 지역이어서 금대봉∼대덕산 구간 탐방예약을 신청해야 한다. 분주령을 다 걷고 내려가면 검룡소로 가는 길과 만난다.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 울창한 숲속, 푸른 이끼가 가득한 바위 웅덩이에서 하루 2000t의 물이 솟는다.

# 전주와 완주에서 만나는 두 개의 ‘꽃동산’

전북 완주에 잘 알려지지 않은 봄꽃 명소가 있다. 완주 화산면(華山面)에 있다고 해서 ‘화산(華山) 꽃동산’이다. 이곳은 30여 년 전에 예봉산 자락의 33만㎡(10만여 평) 부지에 개인이 벚나무와 철쭉, 꽃잔디, 향나무 등을 심어 조성한 곳이다. 이정표나 안내판이 친절하지 않아서 찾아가기가 쉽지 않으니 휴대전화 전자지도나 차량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해서 찾아가야 한다. ‘완주군 화산면 춘산리 산 3-1’이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곳인데 연두색 신록으로 물든 단풍나무 숲길 들머리의 경관부터 돈을 안 내고 보기 황송할 지경이다. 숲길을 지나면 화려한 겹벚꽃이며 정성껏 모양을 다듬은 향나무 군락, 비탈진 한쪽 사면을 가득 채운 철쭉과 화사한 꽃잔디가 펼쳐진다. 개인이 오래도록 손수 가꾼 꽃밭이다 보니, 근사한 조경과 화려한 꽃밭, 그리고 단정한 돌탑의 미감 앞에서 거기 바쳐진 시간과 노고를 생각하게 된다.

인근 전주의 곤지산 정상 부근의 ‘완산칠봉 꽃동산’과 함께 들르는 걸 추천한다. 곤지산은 전주 남문시장에서 전주천 건너편으로 보이는 나지막한 언덕이다. 해발 100m를 조금 넘는 정도라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완산도서관 뒤편으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벚꽃과 겹벚꽃, 영산홍이 뒤섞여 꽃다발을 이룬 꽃동산이 펼쳐진다.

충남 금산 보곡산골 산벚꽃
충남 금산 보곡산골 산벚꽃


# 산벚꽃 곱게 피는 곳… 금산 보곡산골

충남 금산 군북면에 보곡산골이 있다. 충남에서 가장 높은 산인 서대산과 천태산 사이에 들어선 궁벽한 오지 산촌마을인 보광리, 상곡리, 산안리 마을을 한데 묶어 부르는 이름이 보곡산골이다. 세 마을을 한데 묶은 이름을 만든 건 산꽃 때문이다. 봄철에 마을이 끼고 있는 산중에 산꽃이 화르르 불붙었다 지기를 거듭한다. 진달래에서 시작해 생강나무꽃과 산벚꽃, 조팝꽃이 마을과 산자락을 뒤덮은 뒤 이어 철쭉과 병꽃나무, 산딸나무, 국수나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꽃을 피운다.

보곡산골에 피는 봄꽃 중에서 특히 압도적인 것은 산벚꽃. 일대가 국내 최대의 산벚꽃 자생군락지다. 자그마치 661만여㎡(200여만 평)의 산자락 가득 산벚꽃이 피어난다. 산벚나무는 꽃이 늦다. 산 아래 벚꽃들이 지기 시작할 무렵에야 개화를 시작한다. 산 아래 벚꽃에 대면 산벚꽃은 수수한 쪽에 가깝지만, 신록과의 대비로 꽃이 더 눈부시다. 보곡산골을 감상하는 길이 셋 있다. 첫 번째는 산 아래 자진뱅이 마을에서 출발해 크게 산을 한 바퀴 도는 길. 두 번째는 ‘보이네요’란 이름의 정자까지 차로 간 뒤, 산길을 휘적휘적 걸어 봄 처녀 정자를 지나 자진뱅이 마을에 닿는 길이다. 세 번째는 정자에서 곧바로 자진뱅이까지 내려오는 길이다. 첫 번째 길은 너무 길고…. 권하는 건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길이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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