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열정적인 74세 어여쁜 우리 엄마(왼쪽 두 번째), 그리고 엄마의 영원한 팬 우리 가족.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열정적인 74세 어여쁜 우리 엄마(왼쪽 두 번째), 그리고 엄마의 영원한 팬 우리 가족.


■ 사랑합니다 - 어머니와 함께한 여덟 식구 베트남 여행 <하>

베트남은 더워도 너무 더웠다. 베트남 현지인들은 지금은 그래도 덜 더운 거라 하는데 우리에겐 너무 더운 날씨였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은 바지 허리춤을 적시고 유독 땀이 많은 제부는 선크림 탓에 얼굴에서 끊임없이 우유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한국에 있었어도 날씨 때문에 힘들었을 거라며 5일간의 시간을 우린 꽉꽉 채워 먹고 보고 즐기는 시간으로 보냈다.

우리나라나 베트남이나 국토에서 전쟁을 겪은 나라라는 공통점 때문이었을까. 그들에게서 예전 우리 부모 세대의 고단했던 삶도 보였고 또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서 대단함도 느껴졌다. 더운 날씨에 느슨해질 수도 있을 법한데 일찌감치 하루를 시작하는 그 부지런함과 짜증 한번 없는 밝은 표정에서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느낌을 가득 안고 왔다. 수치로 나타내는 나라의 수준이 아닌 국민들에게서 느껴지는 나라의 수준은 그야말로 엄지 척이었다.

저렴한 물가에 지출도 기분 좋게 했다. 한국에선 온 가족 외식을 할라치면 메뉴판을 가격 끝까지 정독하게 된다. 하지만 이곳에선 금액을 신경 쓰지 않고 여러 가지를 주문하더라도 금액이 놀랍지가 않다. 오히려 ‘이것밖에’ 하면서 매번 놀랄 뿐.

엄마는 “음식도 입에 맞다” 하시며 다 잘 드신다. 아이들은 할머니 안 온다 하더니 젤 잘 드시고 더위에도 젤 씩씩하다며 놀림 반 칭찬 반이다.

이곳 사람들 사는 모습을 체험하자 하여 시장을 가기로 했다. 한국사람이 많이 찾는다는 한시장 쇼핑을 가서는 마치 신문물을 접한 듯 신발을 사느라 온 식구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흥정에 재미를 붙인 나는 최소한의 언어로 물건값을 깎는 데 열중했다. 그런 내게 아들이 살며시 얘기한다. “엄마 그래 봐야 500원, 1000원이에요. 이 사람들은 생계인데 그러지 마세요.” 부끄러웠다. 아이들에게도 끊임없이 배울 점이 있다.

그러면서 할머니 좀 보라고 한다. 엄마는 신발에는 관심 없고 어린 점원의 얼굴에 당신의 손 선풍기 바람을 양보하고 계셨다. 그 직원도 이런 호의는 어색한 듯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엄마 곁에 머무르고 있었다. 나는 부끄러운 모습으로 엄마는 인자한 K-할머니의 모습으로 한 공간에 있었다. 끊임없이 배우고 느끼는 시간들이다.

베트남의 첫인상은 오토바이와 차들이 뒤섞여 ‘이런 데서 어떻게 살지’였는데 나의 오만한 판단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언의 약속과 그 속에서도 질서가 있었다. 먼저 가려는 서두름도 없었고 재촉을 하는 경보음도 없었다. 수많은 철새 떼가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어도 그들만의 질서로 낙오자 없이 목적지에 이르듯 이곳의 오토바이 질서도 그러했다.

마지막 날은 골든브리지가 있는 바나힐로 향했다. 바나힐로 가는 길은 우리나라 외곽의 고속도로처럼 한적하고 차량도 드문 도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60㎞를 유지하는 기사님께 왜 천천히 가시는지 여쭤보았다. 또 성격 급한 한국 아줌마의 본성이 드러난다. 기사님은 주행속도를 지켜 가시는 거라 했다. 경찰의 단속이나 단속카메라가 없는데도 지키냐 했더니 누가 보건 안 보건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대답으로 신선한 가르침을 주신다. 그러고 보니 오토바이도 헬멧을 안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 거의가 아니라 볼 수가 없었다. 누군가의 시선 때문이 아닌 정해진 약속이라 지키는 국민성이 이 나라의 크나큰 자산이 아닌가 한다. 보고 배울 점이다.

엄마와의 여행을 목적으로 나선 가족여행이 관광과 먹거리가 전부가 아닌 느낌이 있는 여행이었다. 거리의 모습이나 사람 사는 모습만으로 우리나라 1970∼1980년대 모습이라 하며 우월하다 했을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된 여행이었다. 사람 사는 겉모습보다는 그 속에서 얼마만큼 만족하며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한 번 더 찾고 싶은 곳이 되었고 오길 잘했다 싶을 만큼 사람에게 반한, 그래서 만족도가 높은 여행이었다.

함께한 우리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픈 여행이었다. 어른들 불편하지 않게 모든 것 다 준비해 준 아들딸, 어리지만 씩씩하게 따라다녀 준 조카에게 고마운 여행이었다. 그리고 모든 음식이 다 약이 되는 양 잘 드셔주시고 또 우리에게 당신의 밝고 건강한 모습을 많이 남겨 주시려는 듯 열심히 카메라 앞에 서 주신 우리 엄마 참 감사합니다. 덕분에 70 넘은 할머니의 귀여움과 건강함과 밝음과 씩씩함을 많이 담았습니다.

엄마를 모시고 오기로 했던 가족여행 계획이 100% 성공한 여행이었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입 모아 외친다. 할머니! 다음에 또 옵시다!

하유경(주부)

‘그립습니다 · 사랑합니다 · 자랑합니다 · 고맙습니다 · 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 이메일 : phs2000@munhwa.com 
△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 QR코드 : 라이프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