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매체인 한지를 활용해 독창적인 기법을 개발한 한지 추상의 선구자인 고(故) 함섭 작가의 회고전이 열린다.

BHAK(갤러리박·대표 박종혁)는 10일부터 오는 5월 24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BHAK 전시장에서 함섭 회고전인 ‘춤추는 바람 Whirling with the Wind’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함섭 작가는 한국의 전통매체인 한지를 활용한 독창적인 기법을 개발한 한지 추상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는 BHAK의 전속 작가로 활동하며 여러 해외 아트페어에서 컬렉터들을 매료시켰던 ‘한낮의 꿈 Day Dream’ 연작을 중심으로 고인의 활동 초기부터 작고할 때까지 약 40년간 펼쳐 온 작품이 선을 보인다.

1984년부터 시작된 초기작 ‘신명 Enthusiasm’ 연작은 함섭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창작 기법을 잘 보여준다. 이 연작은 작가의 ‘행위성’이 강조된 특징이 드러난다. 그리는 행위 대신 물에 적신 한지와 닥종이를 솔로 두드려 만들어낸 작품 특유의 선율감과 부조적 질감을 자랑한다. ‘한낮의 꿈’은 함섭 작가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 연작은 ‘신명’의 작업 방식을 유지하되 ‘한지’의 물성을 활용한 기법이 첨가돼 기존에 비해 더욱 깊어지고 현대적으로 변모한 작품의 조형성을 보여준다.

또 ‘고향 One’s Hometown’ 은 제목처럼 함섭 작가가 말년에 고향으로 귀향해 제작한 연작이다. 이 연작은 한국적 정신에 늘 자기만의 정신을 담고자 했던 함섭의 ‘예술적 의지’가 가장 원숙한 형태로 나타난다.





함섭 작가의 예술은 어떤 시대나 지역에 얽매임 없이 모두가 공유하고 감동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신적 가치를 추구한다. 그 밑바탕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정체성의 원형인 ‘풍류(風流) 사상’이 깔려있다. 이런 배경에서 전시명 ‘춤추는 바람’은 풍류의 바람 풍(風)자와 흐를 류(流)자를 풀이한 것으로, 함섭의 예술에 내재된 풍류 개념과 보이진 않지만 우리의 감각을 흔들어 깨우며 바람의 속성을 지향하는 함섭 고유의 예술을 은유한다.

이번 전시는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열리는 BHAK에서의 개인전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함섭 작가는 1990년대부터 10년이 넘도록 BHAK와 함께 매년 굵직한 세계 주요 아트페어에 참여해 왔다.

박종혁 BHAK 대표는 "어릴 적 거실에 걸려있던 함섭 작가의 작품이 주었던 강렬한 인상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이번 회고전을 준비하면서 열정적이고, 꿈이 많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함섭 작가와 작품이 많이 닮아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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