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중국에 대한 보복 관세를 125%로 올리고 다른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당분간 10%의 기본 관세, 철강과 자동차 등에는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받게 됐다. 관세 부담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대선을 54일 앞둔 한국이 차기 정부 출범 이후까지 협상 시간을 벌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트럼프의 이번 급변침은 무역전쟁의 구도를 ‘세계 대 중국’으로 가져가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동안 애플·테슬라 등 친트럼프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는 게 딜레마였다. 월 스트리트 거물들도 주가가 급락하자 “엄청난 정책 실수”라며 비난에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겁먹고 불안해한다”며 태세를 전환했다.

10일 코스피는 5.4%, 코스닥도 4.8% 급등으로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38.1원 내린 1446원으로 개장해 안정을 되찾았다. 미 나스닥지수는 12% 넘게 치솟아 역대 2번째 상승률을 기록했다. 여전히 중국은 전방위로 반격할 태세다. 대미 관세율을 34%에서 84%로 끌어올렸다. 위안화 가치도 2010년 이후 최저치인 달러당 7.4273위안까지 끌어내려 환율 전쟁을 불사할 움직임이다. 최근 3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5% 넘게 치솟은 것도 중국의 투매에 따른 현상이다. 관세 전쟁이 환율·금리까지 무차별로 번지면서 미·중 대결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한국은 일단 급한 불을 껐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 주요 교역 파트너부터 우선하라”고 지시한 만큼 한국과 일본이 가장 먼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9일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는 한국과 유럽을 콕 집어 “(방위비 분담금은) 무역과는 관계가 없지만 (협상의) 일부로 할 것”이라며 “패키지로 다 담는 것이 합리적이고 깔끔하다”고도 했다. 한국이 관세에서 혜택을 받으려면 분담금 인상, 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조선산업 협력, 알래스카 가스 개발 참여 등에서 양보가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기업들의 현지 투자도 늘려야 한다.

빅딜 방식의 협상을 하려면 내부 갈등을 조정하는 대내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팀 코리아’로 똘똘 뭉쳐 협상 최전선에서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국내적 조정은 물론, 미국과의 패키지 딜을 국회 결의안 등으로 초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피해 최소화=국익 최대화’ 기치 아래 국가적 총력전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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