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가 만난 사람 -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Q. 21대 대선까지 53일… 선거관리 준비는
투표지 개표방식 이미 ‘수개표’
분류기 작업 동시에 사무원 확인
오류여부 심사 ‘수검표’도 진행
집계결과, 전용망으로 서버 전송
법원 등 공개요청, 적극 협조할것
이번 대선엔 정보보안 더욱 강화
채용비리, 청문절차 거쳐 엄단
문제된 지방-국가직 교류 없애
지원자 1~2명일땐 아예 재공고

인터뷰 = 신보영 정치부장 boyoung22@munhwa.com
정리 =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헌법재판소의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가장 먼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다. 11일 현재 남은 시간은 단 53일. 두 달이 채 넘지 않는 기간 동안 전국 254개 선거구 투표소와 개표소를 준비해야 한다. 사전투표 관리 10만7000명·선거일 투표관리 14만 명·개표 사무원 7만 명 등 총 32만 명의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에 떨어진 절체절명의 미션은 ‘공정 선거관리’다. 김용빈(66) 중앙선관위 사무총장도 지난 9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국민 반목을 해소하고 통합 시대로 가는 선거인 만큼, 이번 대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선관위 존립 근거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필사즉생(必死卽生) 각오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장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중앙선관위 앞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시위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12·3 계엄’과 헌재의 탄핵심판이 진행된 111일간 찬탄·반탄으로 극심하게 갈렸던 대한민국의 분열상이 선관위 앞에서 여전히 진행형인 셈이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가 국론분열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부정선거 논란에 경력채용 비리로 신뢰도가 44%(3월 둘째 주 갤럽 여론조사)까지 떨어진 선관위에는 쉽지 않은 숙제다. 김 사무총장은 “표 분류 후 직접 점검하는 수검표까지 도입했고, 사전선거투표함 보관장소에 대한 24시간 CCTV 영상도 제공하고 있다”면서 “서버 공개 역시 적법절차에 따라 법원이나 국회의 검증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은 전면적 수(手)개표를 주장하고 있다.
“선거 투·개표 절차를 잘 알 만한 주변 분들께 여러 번 물어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선거는 실물인가, 전자인가’ 물으면 대부분 실물이라고 답한다. 그다음에 ‘전자개표냐, 수개표냐’ 물어보면 아리송해 하다가 ‘혼합돼 있다’는 답변들을 하시더라. 정답은 혼합이 아니라 수개표다. 투표분류기는 전자개표기가 아니다. 개표기는 단지 5000원권, 1만 원권처럼 후보별로 표를 분류하는 것일 뿐이다. 또 투표지가 몇 장인지 세면서 투표지가 천천히 1장씩 떨어지기 때문에 개표사무원이 표 진위 여부, 표 번호를 다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선관위로서는 수개표라고 분류한다. 눈으로만 보기 때문에 ‘안(眼)개표’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어서, 2023년 7월 취임한 뒤 분류한 투표지를 수작업으로 직접 심사하는 ‘수검표’를 중간단계에 집어넣었다. 개표사무원이 한 장씩 오류분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다.”
―개표 결과 집계 과정에서 해킹이나 조작 가능성은 없나.
“선거구 254개의 개표소들에 중앙서버 전용회선 통신망을 깔아놓았다. 개표 결과를 전용회선을 통해 전송한다. 입력 상황에서 오류가 날 수 있지만, 이를 대비해 관할 시도에서 시도선거위원회에 팩스로 숫자를 다시 보낸다. 시도선거위원회에서 팩스로 받은 사본을 보면서 입력 오류가 있는지 체크를 한다. 중앙선관위에서는 숫자를 바꾸지 않기 때문에 조작 가능성은 없다. 다만 시차가 있어서 잠시 숫자가 안 맞고, 검산 과정에서 약간의 차이가 생길 수는 있다.”
―통합선거인명부 조작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통합선거인명부에 허위 선거인을 넣는 ‘뻥튀기’를 이야기하는데, 허위 명부가 작성됐는지는 서버와 상관없이 알 수 있다. 서버에 들어가 있는 명부는 사전투표가 끝나면 본투표에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출력을 한다. 투표구에 일련번호를 보면 해당 지역 명부가 나온다. 사전투표를 언제 어디서 했는지 명단에 다 표시가 된다. 또 선거인명부는 우리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이 작성한다. 행정안전부 전산망에도 우리가 보낸 명부가 있다. 행안부 선거인 명부를 출력하고 대조하면 조작 여부를 금방 알 수 있다.”

―중앙선관위 서버 검증 요구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중앙선관위 서버는 법률 등에 따라 비공개 대상이지만, 법원의 검증이나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 권한이 있는 기관의 적법절차에 따른 요청이 있다면 공개에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대법원에서 구체적인 서버 감정 방법, 범위 등이 정해지면 수용할 예정이다. 국회 차원에서도 검증 요구가 있다면 적극 협조해 부정선거 의혹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런데도 왜 부정선거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나.
“선거관리에 있어서 실수를 한 것이 빌미를 제공한 게 있다. 우리 선거 체제에서 너무나 많은 사표(死票)가 발생하는 것도 원인인 것 같다. 민주주의 선거는 유권자가 믿는 대리인을 선출해 이들에게 권력을 맡겨서 정책·제도를 설계해 본인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자신이 믿는 후보자가 선출되지 못해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22대 국회처럼 조화와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는 본인의 생각과 선거 결과가 너무 많이 차이가 나게 된다. 자신의 정치적 권리가 박탈됐다고 느끼는 데다, 확증편향이 겹치면서 사회적 혼란상이 발생하지 않나 싶다.”
―2022년 대선 당시 투표용지 일부가 소쿠리와 라면 박스 등으로 옮겨진 ‘소쿠리 투표’, 이번에는 없다고 장담할 수 있나.
“그때 상황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있었고, 위원회 차원에서 지침을 냈어야 하는데 간과된 측면이 있다. 현장에서 제대로 대처가 안 된 것인데, 위원회가 미리 방책을 만들었어야 했다.”
―올해 ‘6·3 대선’은 시간이 촉박하다. 2017년 궐위선거와 비교하면 지금 준비 상황은 어떤가.
“2017년 당시에도 조기 대선이어서 탄핵심판 선고 이후 60일 이내에 치러야 했지만, 당시는 같은 해 12월에 임기만료 선거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예산도 이미 확보가 돼 있었다. 지금은 전혀 예상을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예산도, 계획도 없었다. 선거를 치르려면 투·개표 사무원과 투·개표 장소가 필요한데, 갑자기 장소를 빌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거비용도 20대 대선 3632억 원에서 올해는 3867억 원으로 늘었다.
“양극화된 여론으로 불상사나 폭동이 있을 수 있어 방호 보완 대책에 좀 더 책정했다. 청사 및 정보보안 강화에 109억 원을 배정했다. 부정선거 의혹 해소를 위해 사전투표함 장소에 대한 CCTV 영상 24시간 공개를 도입했는데, 여기에 60억 원이 들어간다. ‘4·2 재보선’ 당시에도 CCTV 화면이 멈춰버리는 사고가 있었다. 영상 문제가 아니라 서버 컴퓨터가 전자기파 때문에 멈춰 섰다. 이 부분도 보완하려 한다.”
―선관위에 대한 신뢰도 하락에는 경력채용 비리도 원인이다.
“비리 척결을 위해 외과의사 같은 심정으로 엄단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신속히 정리하지 않으면 선관위가 국민 신뢰를 되찾기 어렵다는 생각이었는데, 감사원 감사가 생각보다 오래 진행됐다. 감사가 개시되면 법률적으로 문제된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못 하게 된다. 징계권 행사는 공무원 신분 취득 이후 어떤 잘못을 했을 때 하는 것이지, 공무원이 오기 전 잘못을 저질렀다 해서 징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청문절차를 진행해서 이 문제를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하려고 한다.”
―선관위 내부적으로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했나.
“실질적으로 제도를 바꿨다. 문제가 된 경력채용은 지방직인데, 선관위는 지방·국가직 교류를 아예 안 하기로 했다. 경력채용 절차에서 경쟁이 안 이뤄진 문제도 있기 때문에 지원자가 1∼2명이면 아예 선발을 안 하고 재공고하기로 했다. 외부감사관도 도입했고, 감사부서 인원도 6∼7명에서 13명으로 증원했다. 2022년 5월 이후 지방직 경력채용은 아예 실시하지 않고, 면접위원도 100% 외부인원으로 위촉하고 있다.”
―선관위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행정부나 입법부 산하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헌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 역시 꼭 헌법기관이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행정·입법·사법부 3권 중 가장 힘이 강한 행정부 내에서 선관위 권한을 부여하는 데 대해선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국회·법원 등 헌법기관과의 동등 대우를 생각하면 선관위만 감사를 받으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 헌법개정 등을 통해 정리돼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전투표제, 다소 변질… 정치권서 개선 논의 필요”
“‘헌법불합치’ 국민투표법 개정
개헌 논의보다 먼저 진행돼야”
부정선거 시비가 불거지는 데에는 중앙선관위의 선거관리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현행 투·개표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사전투표는 투표함 훼손, 이동 중 사고 등을 이유로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지난 9일 기준 3만8000명을 넘어서며 국회 심사 요건인 5만 명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전투표제가 다소 변질된 부분이 있다”면서 정치권에서의 논의를 촉구했다.
―사전투표 폐지 또는 축소에 대한 의견이 적지 않다.
“선관위의 선거제도와 관련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은 분명하다. 사전투표제가 다소 변질된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사전투표제 결과 값을 보면, 부재자투표와 유사하다. 또 통계를 잡아보면 사전투표자 4명 중 3명은 관내, 1명은 관외에서 한다. 본투표를 할 수 있는 유권자에 해당되는 3명이 사전투표를 하고, 1명은 부재자 투표를 하는 셈이다. 그런데 부재자 투표 때는 투표율이 7∼8% 정도였는데, 사전투표 도입 이후 13%, 20%로 늘어가더니 지금은 투표율이 43∼44%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부정선거를 우려하는 분들이 사전투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전투표 제도는 입법사항인데, 양당의 견해차가 심하다.”
―이번 대선 전후로 헌법개정 논의도 진행될 수 있는데, 개헌을 위해 필요한 국민투표법도 개정이 안 되고 있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는데도 국민투표법 개정이 안 되고 있다. 당시 헌재는 재외선거 관련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선거 연령 문제나 사전투표제 도입 부분도 개정돼 있지 않다. 국민투표인명부를 작성하려면 국민투표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개헌을 논의하면서 국민투표법을 먼저 개정 안 하는 것은 개헌한다는 생색만 내는 것과 같다.”
신보영 기자, 서종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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