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기
엘리스 버넌 펄스틴 지음│김정은 옮김│열린책들

식물의 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그 향기가 인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서술한 책이다. 천연 조향사로 활동 중인 저자는 유향, 몰약, 코펄 등 사람들이 잘 모를 법한 향에 대해 알려준다. 상세한 설명을 읽고 있으면 실제 향을 맡는 듯한 느낌도 든다.
식물이 향기를 만드는 이유는 지극히 생물학적이다. 초식동물과 곤충을 유혹해 씨를 퍼뜨리고, 질병과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생존’이 목적인 셈이다.
인류는 그런 향에 매료됐다. 식물의 향을 만드는 수지를 기름과 섞어 연고로 쓰고, 태워서 종교 의식에 활용했다. 수지는 식물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물질이다. 나아가 식물의 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향신료는 인간과 함께 인류 서사를 구축해왔다.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교역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그 교역로가 흑사병을 퍼뜨렸다. 후추, 생강 등 흔한 향신료는 물론 사프란, 바닐라, 카카오 등에 얽힌 이야기까지 엿볼 수 있다.
향이라고 하면 향수가 빠질 수 없다. 처음에는 식물에서 향을 뽑아냈다. 민트가 대표적이다. 화려한 꽃에 비하면 소박한 향기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민트 정유(식물에서 추출한 좋은 향기를 가진 물질) 생산은 빠르게 산업화됐다. 그리고 인류는 인공적인 정유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상상만 했던 꽃향기를 향료로 구현하게 됐다.
오늘날 향료는 음료와 반려동물 사료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에 들어있다. 인류가 사용해 온 향의 종류와 역사, 향수 제작 방법까지 알고 싶은 ‘향 덕후’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360쪽, 2만5000원.
김유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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