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풍경

사진·글 = 박윤슬 기자 seul@munhwa.com
서울 도심을 걷다 보면, 작은 박스 형태의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유아차 보관소’다. 보호자가 외출 중 유아차를 잠시 보관하고 보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공공 편의시설이다. 이 보관소는 지하철역, 관공서, 주민센터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주로 설치되어 있으며,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계단이 많은 구간을 지나야 할 때 특히 유용하다. 유아차를 끌고 이동하는 물리적 불편을 줄이고, 아이를 안거나 손을 잡고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시형 배려시설로, 보호자의 체력적 부담을 덜어주고 안전한 보행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2023년까지는 ‘유모차 보관소’라는 명칭으로 운영됐으나, 서울시의회에서는 해당 명칭이 성별 고정관념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는 보다 포괄적인 용어인 유아차 보관소로 공식 명칭이 변경되었다. 이는 단순한 언어의 수정이 아니라,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인식 전환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2024년 기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이 관리하는 20개 시설에 총 118개의 유아차 보관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자치구별로 자체 설치한 보관소들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는 이보다 더 많다. 이는 단발적인 편의시설 설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돌봄과 이동, 안전을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촬영노트
유아차 보관소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아이와 함께하는 이동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지 않고,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생활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치다. 명칭 하나, 공간 하나를 바꾸는 일조차도 결국은 더 나은 도시를 향한 변화의 발걸음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박윤슬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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