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의 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김광현 지음│뜨인돌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은 행복했을까.’ 42년간 대학에서 건축 이론을 가르친 저자가 새로운 건축 이야기를 썼다. 기존 책들이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공간적 특성, 건축가의 탁월함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건축주를 건축이라는 퍼즐의 핵심 요소로 놓고 어떻게 ‘좋은 건축’을 실현할지 해답 찾기를 시도한다.

책은 쟁쟁한 거장들이 설계한 근대건축의 명작들을 소개한다. 그러나 설계를 의뢰하고 그곳에 살았던 건축주들이 모두 다 행복하진 않았다. 예컨대 르코르뷔지에의 사보아 주택의 건축주 사보아 부부는 하자에 시달리다 집을 떠났고, 미스 반데어로에가 완성한 유리 상자 같은 판스워스 주택에서 건축주가 쉴 수 있는 공간은 오직 화장실뿐이었다. 결국 저자는 건축주의 생각, 상상력과 열정, 역할에 따라 집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즉, 건축주는 ‘제2의 건축가’다. 루이스 칸이 “자신이 무엇을 열망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건축주”라고 한 것처럼.

개인 주택에서 공공시설까지, 전 세계 총 36개 건축물의 건축 과정을 생생하게 재현한 책은 건축가뿐만 아니라 탁월했던 건축주들을 소개한다. 그렇다면 저자에게 ‘최고의 건축주’는 누굴까. 새파란 건축가 가우디에게 ‘사그라다 파밀리아’라는 엄청난 규모의 성당 설계를 맡긴 ‘성 요셉 협회’ 사람들이다. 1882년에 착공돼 143년째 지어지고 있는 성당은 숱한 공사 중단, 혹평과 비난 등 세월만큼 복잡한 사연을 품었다. 그러나 저자는 대를 이어 완성돼 가는 이 성당에서 “건축은 모두가 함께 짓는 것”이자 “커다란 사회적 디자인”임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가우디가 아니라, 성 요셉 협회 사람들이 있었기에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652쪽, 3만8000

박동미 기자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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