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창극단 ‘절창’ 꾸리는 2인

 

왕윤정·김율희 “공감은 키우고

시대에 안 맞는 부분은 덜어내“

김율희(왼쪽)와 왕윤정.
김율희(왼쪽)와 왕윤정.

MZ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여성 소리꾼 왕윤정(35)과 김율희(37)가 ‘흥보가’를 재해석한다. 국립창극단이 지난 2021년부터 5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절창’ 시리즈를 통해서다. ‘절창’은 젊은 소리꾼들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동시에 판소리의 동시대성을 표현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2021년 창극단 간판스타인 김준수·유태평양을 시작으로 민은경·이소연(2022), 이광복·안이호(2023), 조유아·김수인(2024)이 무대에 올랐다.

5번째 ‘절창’에 참여하는 왕윤정은 2020년 창극단 입단 이후 창극 ‘리어’ ‘정년이’ 등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김율희는 전통 소리를 바탕으로 재즈·레게 등 장르의 경계를 넘어 활동하는 동시에 작창도 하는 다재다능한 예술가다.

‘MZ 세대’와 ‘여성 소리꾼’이라니, 흥보가와는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난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왕윤정과 김율희는 이 시대에 걸맞은 흥보가를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왕윤정은 “흥보가의 사설을 들여다보면 가부장적인 내용이 등장한다. 두 여성 소리꾼이 어떻게 새롭게 풀어나갈지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김율희는 “시대에 맞지 않는 것들은 소리꾼의 이야기로 각색했다”며 “들어내기도 하고, 공감되는 부분은 확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절창’이라는 이름 그대로 ‘실력’이 가장 중요한 선발 기준이었다. 유은선 예술감독은 “2023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김율희의 심청 한바탕을 다 들었다. 그때 내공 쌓인 소리꾼임을 확인했고, ‘절창’에서 보고자 했다”며 “나중에 보니 재밌고 당차게 하더라”고 전했다. 단원이 아닌 김율희를 선정한 이유다. 왕윤정에 대해서는 이미 창극단에서 실력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흥보가와의 인연도 깊다. 왕윤정은 아버지 왕기철 명창과 형제인 왕기석 명창이 일찍이 함께 흥보가 무대를 꾸민 적이 있으며, 가장 처음 배운 바탕소리가 흥보가였다. 당시 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왕윤정은 “나의 뿌리와도 같은 소리라 의미 있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율희는 2016년 강도근제 흥보가로 첫 완창에 도전한 뒤 이후에도 두 차례 더 흥보가를 완창했다. 흥보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극 ‘흥보 마누라 이혼 소송 사건’에서는 흥보 마누라 역과 작창을 맡았다.

이번 흥보가 역시 30대 여성 소리꾼들의 시점으로 재구성된다. 둘이서 흥보와 놀보를 번갈아 담당하고 함께 부르는 대목도 있다. 유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절창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둘이 소리 배틀을 시켜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두 사람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배우들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다. 김율희는 “부담감이 엄청 나 아침에 눈 뜨자마자 윗몸 일으키기를 하면서 뱃심을 기르고 있을 정도”라며 웃었다. 오는 25∼2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김유진 기자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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