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71년 사목… 프랑스 출신 두봉 주교 선종[부고]

6·25 전쟁 직후 한국에 파견돼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70년 넘게 사목한 프랑스 출신 두봉 레나도(프랑스명 르레 뒤퐁) 주교가 10일 선종했다. 96세.

두봉 주교는 지난 6일 뇌경색으로 안동병원에서 긴급 시술을 받은 후 치료 중이었으나 끝내 신자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안동교구 관계자에 따르면 두봉 주교는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으며 마지막 성사(聖事)를 하고서 권혁주 안동교구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했다.

두봉 주교는 1929년 프랑스 오를레앙의 가톨릭 신자 가정에서 3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21세에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했으며 이후 로마 그레고리안대학과 동대학원에서 수학하고 1953년 6월 사제품을 받았다.

1954년 12월 한국에 파견된 두봉 주교는 대전 대흥동천주교회에서 10년간 보좌로 사목했으며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로부터 주교 서품을 받고 초대 안동교구장으로 취임했다. 약 21년간 교구를 이끈 후 1990년 12월 퇴임했다.

두봉 주교는 ‘가난한 교회’를 내걸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에 힘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78년 이른바 ‘오원춘 사건’으로 알려진 ‘씨감자 피해보상 농민운동’에서 농민 편을 들다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기도 했다. 또, 경북 영주에 한센병 환자를 위한 다미안 의원을 개원했고,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를 창립했다.

박동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