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하면 일상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선택의 순간’과 마주치게 됩니다. 선택은 여행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선, 여행을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간다면 어디로, 언제 갈 것인지부터 정해야 하겠지요. 그다음에는 어떤 곳에 어떤 수준의 숙소를 정해야 할지, 어디를 가고 어디를 건너뛸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해야 하는 선택은 끝이 없습니다. 버스를 탈지, 택시를 탈지, 어떤 식당을 가야 할지, 거기서 또 어떤 메뉴를 주문해야 할지…. 결정의 순간마다 늘 성공적인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 경험에 미뤄 생각해보면, 성공보다는 실패한 선택이 더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성공보다 실패한 결정이 많았다고 해서, 그 여행이 실패한 여행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절대로 선택에서 실패하지 않으려 합니다. 여행 준비의 스트레스가 여기서 시작됩니다. 이 숙소를 잡으면, 저 숙소가 나을 것 같고, 저 숙소를 택하면, 또 여기가 더 나아 보이고…. 이런 식이라면 다녀와서도 후회뿐입니다. 이걸 보지 말고 저걸 볼 걸 그랬어, 거기가 아니고 저기를 갈 걸 그랬어…. 그래 봐야 도움이 되는 건 없습니다. 이런 후회와 반성이 다음 여행에서의 실패를 줄이는 것도 아닙니다.
여행을 ‘잘했다’는 건, 차질없이 임무를 완수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행지에서 한 번도 길을 잃지 않았다거나, 가장 싸게 다녀왔다는 등의 이유로 그 여행을 훌륭한 여행이라고 말할 수 없으니까요. 여행에는 저마다 다른 수많은 이유와 목적이 있습니다. 쉬고 싶었던 사람이면 푹 쉬는 여행이, 따분한 일상이 지겨웠던 사람에게는 모험적인 여행이, 긍정적 자극을 얻고 싶었던 사람은 영감을 안겨준 여행이 가장 잘한 여행일 겁니다.
새삼 이런 얘길 꺼낸 건 개관을 앞둔 울릉도 고급리조트를 취재해 쓴 기사를 보고 보내온 독자 반응 때문이었습니다. “미쳤냐, 그 돈으로 거길 왜 가냐.” 그에게는 이곳보다 훨씬 더 가치 있어 보이는 다른 곳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여행은 저마다의 선택이니까요.
리조트의 숙박비는 비싸지만 폭리도, 강요도, 독점도 아니었습니다. 기업의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답 없는 투자’에 가까웠습니다. 가보지 않고서 그냥 ‘미친 일’이라고 치부할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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