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도서관의 날’
1년간 책 구매 경험 있는 성인
종이책 3.7권 · 전자책은 7.7권
도서관 예산 줄어 신간 못사고
시민 희망도서 신청해도 ‘깜깜’

“종이책에서 손 뗀 지 3년은 됐어요. 웹소설도 겨우 읽는 마당에 도서관은 가겠나요.”
직장인 강모(28) 씨는 ‘언제 마지막으로 책을 손에 잡아봤는지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강 씨는 전자책으로 보는 웹소설이 새 취미로 자리 잡았다면서도 “스토리가 복잡해지거나 200쪽이 넘어가는 작품은 포기한다”고 말했다.
제3회 ‘도서관의 날’을 하루 앞둔 11일, 독자들이 종이책을 외면하는 사이 독서 문화의 주류가 전자책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내에 독서 행위를 하지 않은 성인 비율은 57%(2023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 동안 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 등 어떤 매체로도 책을 접하지 않은 셈이다.
1년간 종이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비율도 2015년 34.7%에서 2023년 67.7%로 급증했다. 반면 전자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비율은 89.8%에서 80.6%로 감소했다. 성인 기준 평균 도서 구입량도 종이책은 1.0권으로 전자책(1.2권)을 오히려 밑돌았다. 1권 이상 책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구입자를 기준으로 봐도 종이책 3.7권, 전자책 7.7권, 오디오북 7.7권으로 전자자료가 종이자료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시민들에게 종이책을 접할 환경을 제공해 줘야 할 공공도서관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이날 한국도서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공공도서관 연간 평균 구입도서(종이책) 수는 5년째 감소세다. 지난해 평균 구입도서 수는 4678.9권으로 처음으로 4000권대로 앞자리가 내려왔다. 공공도서관 1관당 장서 수도 줄고 있다. 지난해 공공도서관 1관당 보유한 장서 수는 5년 전인 2020년에 비해 5%(5173권) 줄었다. 2020년 10만1148권이었던 이 수치는 2022년 9만9193권을 거쳐 지난해 9만5975권으로 떨어졌다.
예산 부족으로 시민이 희망하는 도서를 신청받는 ‘희망 도서 신청제’를 조기마감한 곳도 수두룩하다. 경기 양주시의 한 도서관 관계자는 “애초에 예산이 적다 보니 작년에 이어 올해도 희망 도서 신청을 상반기에 마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는 공공도서관 도서구매비 예산액을 2023년 225억 원에서 2025년 189억 원으로 2년 새 36억 원 줄였다.
도서관 사정이 열악해지면서 시민들의 발걸음은 더 뜸해진다. 경기 성남시의 한 도서관에 자주 간다는 조모(57) 씨는 “도서관에 읽고 싶은 책이 없어 희망 도서로 신청해도 거절당하는 경험을 최소 5번은 했다”며 “신간이 아니면 번번이 거절당해서 지인들과 함께 각자 다른 도서관에 나눠 신청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도서관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곽승진 한국도서관협회 회장은 “좋은 도서가 많이 나와도 예산을 늘리지 않는다면 독서 문화 발전은커녕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린아 기자, 조언 기자, 노수빈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